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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강현 시의원 | ||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쪼친 가토리 안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온대 일천석(一千石) 시른 배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돛대 도 것고 치도 빠지고 바람 부러 물결 치고 안개 뒤섯계 자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 나믄듸 사면(四面)이 거머어득 져뭇 천지적막(天地寂寞) 가치노을 떤는듸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가을하리오
<함께 감상하기>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로 나무도 바윗돌도 없는 산에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과 대천 바다 한가운데 일 천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이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 만리 남았는데 사면이 검어 어둑하고 천지 적막 사나운 파도치는데 해적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 엊그제 임 여윈 내 마음이야 어디다 견주어 보리오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삼한(三恨)’ 혹은 ‘삼안[三內]’이라고 알려진 이 작품은 ‘안’이라는 말로 마음을 나타내면서 세 가지 절박하기 그지없는 마음은 어디다 비할 데도 없다고 하였다. 맨 마지막으로 엊그제 임을 여읜 자가 마음을 말하기 위해서 다른 두 가지를 가져와 놓고서 비할 데가 없다는 것으로 해서 그 둘이 각기 독자적인 의미를 갖도록 개방해 버렸으니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치고 기발하지 않을 수 없다.
매에 쫓긴 까투리는 ‘토끼전’에서 용궁을 탈출한 다음에 다시 시련에 부딪친 토끼를 연상하게 한다. 대천 바다에서 배가 부서지고, 날씨는 험악해지는 판국에 수적 즉 해적까지 만난 도사공의 경우는 시련의 극치로 느껴질 만큼 거듭 묘사되어 있다. 표현에서 사설시조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열거법과 과장법을 활용하고 그리고 비교법, 점층적 수사법을 이용하여 임과 이별한 절망적 슬픔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상황을 고사로 표현하면 사면초가(四面楚歌),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작든 크든 이런 위기의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인생의 어려운 상황이 한 두 번이겠는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가 예상보다 많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은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5월 4일 0시 기준, 확진자는 1만 801명, 사망자 252명이다. 다행이도 그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적 상황은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물론 이 역시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입장에서 재난기금을 지원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예전부터 좋은 일보다는 힘든 일, 어려운 일은 소문을 내라는 얘기가 있다. 혼자보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함께 일을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모아지면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세계가, 우리나라가 분명 위기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사면초가(四面楚歌),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한 방울의 바닷물은 투명할 뿐이다. 그러나 바닷물이 모아지면 푸른빛을 띤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면 절망도 푸른 희망의 빛을 띤다. 우리는 함께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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