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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고결한 그리고 품격 있는 일상을
   
▲ 유인봉 대표이사

일찍 피어난 진달래꽃이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떨어져 내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나무에 진분홍으로 달려있는 꽃잎을 본다. 벚꽃이 그렇게 환상처럼 피어났다가 이내 연녹색잎에 자리를 금새 내준 것에 비하면, 생명력이 아주 길다고 느낀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들보다, 산천의 꽃과 벗하고 사는 이 시절을 언젠가 다시 회상할 날이 오리라. 유난히 나물 뜯는 이들을 많이 보는 일상이다. 어쩌면 특효약이 없고 백신도 없는 지금의‘거리두기’에 새소리와 하늘의 청명함과 꽃천지를 보며 지내는 지금이, 아이러니하게도 고결하고 품격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 BBC 외신기자 로라 비커는 본국에서 봉쇄 격리에 들어간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하니, 자기만 한국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미국의 모든 유명 토크쇼 호스트들은 집에서 자식들과 핸드폰으로 촬영한 쇼를 올린다. 아는 지인은 몇 달째 수염을 깎지 않아, 자연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모두가 저마다 코로나를 마주한 시간들의 모습이다. 마스크를 온통 쓰는 일상이다보니, 겉 모습의 꾸밈도 크게 필요가 없어졌다.

엄연한 현상, 이 믿어지지 않는 코로나 시절 속 많은 생명의 낙화가 버겁기도 하다. 고결한 품격있는 삶과 죽음의 질서를 무색하게 할퀴며 지나가고 있다. 더 나아질 5월을 희망하며, 잔인한 4월의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그 틈새로 그래도 인간의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명의 품격을 묻게 된다.

그토록 목표와 앞을 향해 달려나가던 마음과 몸이 제한된 시공간으로 제약을 받으며,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의 진동을 가늠해가며 숨을 가늘게 쉬는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커가는 고사리 손들이 살아갈 내일을 소망한다.

손끝까지 저리는 조바심 나는 시간을 보내며‘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본다. 이른 아침 해의 찬란함을 만나고서야 어찌 무너질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통계와 수치가 주는 절망도 있지만 자연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찬란한 에너지도 분명히 만날 수 있다.‘코로나’라는 함축된 언어를 갈무리하는 시간 속에서 그래도 그 속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새싹 돋듯이 돋아나는 존귀함을 만난다.

다시 또 간격과 돌아봄의 시작이다. 흩어졌던 마음들도 다시 모이고 다시 차분하게 작은 발견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옷장을 뒤지고, 냉장고를 살피고, 형제의 안위를 두 번 이상 묻고 그렇게 다시 소박한 관심으로부터 진정한 일상을 재편성하고 일구어내는 시간이다. 몇 달의 격리와 변화는, 일생의 변화보다 크게 다가온다. 이 또한 흔적을 남기고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틀림없는 것 한 가지, 만나는 이들의 얼굴이 한결 더 순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뭘까! 스스로도 그렇게 노기를 띠거나 화를 내거나 몇 달째 그런 기억이 없다. 잃어버린 시간과 스스로를 찾는 시간이 교차하고 있다. 이른 새벽의 별을 보면서도 감탄하고 지는 달의 자태를 보면서도,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를 보다 더 세밀하게 듣는 귀를 얻기도 했다.

일상에 바빠 돌아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주변에 있었음을 실감하며,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강제적으로나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만난다. 이런 시간들을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갈 때가 있을 것이다. 발자국 없이는, 앞으로 걸어갈 수 없다. 생명을 움트는 변화의 시간이 다가온다. 다시 함께 살아갈 미래를 소망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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