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강현 시의원

뫼흔 길고길고 물은 멀고멀고
어버이 그린 뜻은 많고많고 하고하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울고 가느니
 
<함께 감상하기>
 
고산 윤선도의 ‘견회요’라는 연시조의 네 번째 수이다. 산은 끝없이 길게길게 이어져 있고, 물은 멀리 굽이굽이 이어져 있구나. 부모님 그리운 뜻은 많기도 많다. 어디서 처량한 외기러기는 울어울어 나의 마음을 구슬프게 하는가라는 내용의 시조이다.
 
이 노래는 작자가 30세 때에 권신 이이첨의 횡포를 상소하였다가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견회요 다섯 수 중에서 유일하게 네 번째 수에서는 고산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데 유배지에서 고향에 두고 온 어버이를 그리는 정이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그래서 주제를 어버이에 대한 그리움 정도로 분석할 수 있다.
 
40년 전 아내와 사별(死別)하고 혼자 사시게 된 필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그래서 며칠 전 군포에 있는 큰형 댁에 다녀왔다. 벚꽃이 필 때인 이 무렵 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벚꽃 필 무렵이 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외롭게 반생을 사신 아버지,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 때이다.
 
그런데 군포 큰형 댁을 다녀오는 봄밤, 그 여느 해보다 쌀쌀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큰형 댁 아파트에서 올려 본 달과 별은 그 언제보다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달과 별을 한참 올려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리운 부모님. 집에 돌아와 생전에 어버이 날 ‘아버지’라는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저자의 시를 다시 되뇌며 본다.
 
벚꽃이 터지는 봄날/ 겨울내내 찾아뵙지 못하다가/ 몇 달만에 찾아 뵌 아버지/ 도착하자마자 몸부터 더듬어 봅니다/ 일흔의 나이를 훌쩍 넘긴 아버지/ 아픈 데는 없느냐는 질문에/ 웃으시며 '늘 같지 머'/ 주름투성이 얼굴 잇몸뿐인 입/ 그래도 편한 웃음을 띠며/ 막내를 맞이해 주십니다/ 푸르게 물오른 봄과는 다르게/ 허벅지며 어깨며 배며 손이/ 전보다 더 앙상하십니다/ ‘잊지 마시고 드세요’/ 슬쩍 보약을 내밀었습니다/ 멀쩡한 내 몸이 손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놈 노릇 못한/ 삶이 왜 이리도 부끄러운지/ 차를 타고 돌아오는 올림픽대로/ 멀리 흐르는 한강에/ 주름투성이의 삶 하얀 당신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눈물이 흐릅니다_『아버지』 한겨레신문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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