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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세우는 집

               날마다 세우는 집
                                           최종월

캄캄한 잠에 빠졌을 때
어디론가 그대가 흘러갔다는 걸 기억해 봐요
잠보다 더 깊은 강에 풀잎처럼 떠 흐르지 않았나요
그대가 고개 숙이고 지상을 걷는 동안
머리 위를 흐르던 그 구름 위가 아니었나요
 
흐르다가 일어나 공중에 집 한 채 세우겠지요
겨울나무 꼭대기에 올라앉은 새둥지 같은 집
바람도 머물 수 없는 구멍 뚫린 집
 
그대가 등을 기대었던 구름이 저기 떠 있고
돌아온 강이 신발 속에서 찰랑이며 기다리고 있어요
아, 젖은 발이 부어올랐네요
구름이 흐르는 저기가 지상이었나요
 
공중에 세우는 집 창가에서 일기를 쓰는 군요
젖지 않게 서둘러야 해요
그대가 생각에 잠길 때
먼 불빛 또한 깜빡이며 깨어 있네요
 
[작가프로필]
[문학시대] 등단, 전)김포문인협회회장, 김포문학상본상, 경기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반쪽만 담은 나무읽기] [사막의 물은 숨어서 흐른다] 동인시집 [모르포 나비] 등이 있다.
 
[시향詩香]
시인이 짓는 집은 어떤 집일까? 그 집은 구름 위에 무형일 수도 있고 혹은 겨울나무 위 유형일 수도 있다. 바람 든 무처럼 삶이 숭숭한데 급작스럽게 어둠이 깊다는 것은 필경 내 기도가 닿지 않을 곳이다. 살아가다가 어느 날 홀연 발바닥을 내려놓은 때 신기루 같은 구름은 내 영혼이 유숙할 곳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내 집은 어디일까? 그래서 시인은 날마다 새집을 세우는지도 모르겠다. 허물어지지 않을 집, 비에 젖지 않고 바람에 휩쓸리지 않을 문패를 달았으면 좋겠다. 시인이 시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처럼 누구나 쉬어갈 수 있을 주소를 적어두자. 미운 사람이 너무 많아 미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을 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것과 같이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것, 오는 15일은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의 새집을 짓는 날이다. 유권자는 어떤 집을 지을까? 사뭇 궁금하다.
글 : 송병호 [시인]

최종월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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