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강현 시의원

묏버들 골라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에
자시는 창(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함께 감상하기>
 
조선시대 기생 홍랑의 작품으로 산에 있는 버들가지를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문가에 심어 두고 보십시오. 행여 밤비에 새 잎이라도 나거든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라는 내용의 시조이다.
 
선조 6년 최경창이 북해 평사로 경성에 가 있을 때 친해진 기생 홍랑이 이듬해 최경창이 상경하게 되자, 영흥까지 배웅하고 함관령에 이르러 저문 날 내리는 비를 맞으며 버들가지와 함께 이 노래를 보냈다고 전해지는 노래이다. 임에게 바치는 지순한 사랑을 묏버들로 구상화시켜,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임에게 바치는 순정은 묏버들처럼 항상 임의 곁에 있겠다고 다짐한 연정가이다. 움터 나오는 새 잎이 청순가련하고 섬세한 여인의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시조로 임에게 보내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랑에 대한 표현 역시 많은 변화가 있다. 기생 홍랑은 산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가 곧 사랑의 표현이었다. 심어 둔 버드나무 가지에서 싹이 나면 그것을 자신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것, 요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낄까. 오늘날 사랑은 그 순수성을 많이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물질화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혼 혼수품 중에서 아파트, 자동차, 고가의 금속품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해당한다. 결혼의 전제 조건이자 필수 조건이 돈이다. 단적으로 사랑만 갖고 과거와 오늘날을 비교해 보면, 과거는 관념의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물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관념은 세속화 되었다.
     
묏버들 하나를 가지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던 시대로 역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이런 역행은 글쓴이의 상상적 만족으로 끝날 것 같다. 다만 인류가 유지되는 한 과거나 지금이나 남녀간의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춘향전’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원형적 사랑이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되어 향유되는 것처럼 사회적 풍속이 변해도 그 본질은 어느 정도 유지 되지 않을까. 요즘은 빠르게 변화되는 정보통신의 시대다. 사랑의 표현도 그 만큼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디지털의 시대에 아날로그적 사랑이 더 로맨틱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손수 만든 손수건 한 장, 손으로 쓴 편지 한 통, 직접 제작한 작은 선물 하나가 더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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