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그 길

          그 길
                              민진홍

혼자 계실 때 꾸부정하다가도
자식 앞에선 곧게 세우시고
한겨울에는 온몸이 쑤신다고
약으로 사시더니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 종일 밭을 일구신다
 
반겨 줄 사람 없는 집으로 돌아오는
노부부의 그림자
꾸부정하게 좇고 있다
 
[작가프로필]
월간 [시사문단] 등단, 현)김포문협 수석부회장, 김포예술인 시장표창장을 수상했다. [달시] [빈여백] 동인, 경기문학 등 문학지에 작품발표, 통진문학회원.
 
[시향詩香]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기도 하고 가장 측은하기도 한 이름이 있다면 아마도 연로하신 부모님,  어머니 아버지라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불같은 성정도 자식에게는 유리잔 같다. 풍족해도 자식 염려하는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라는 것처럼 그분이 선 자리는 정도만 있을 뿐 불의도 의문도 흥정도 없다. 어느새 잔잔한 바람에도 휘청거릴 것 같은 앙상한 체구, 내 품에 안길 만큼 나보다 더 작은 우리 부모님, 땅만 보고 사신 어른이시다. 봄볕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들녘은 노부부의 새순이 움튼다. 땅거미가 내리고 ‘반겨줄 사람 없는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이 천근일지라도 흙은 자식 같은 믿음이고 신앙이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밟고서라도 젊디젊은 청년으로 사셨으면 좋겠다.
글 : 송병호 [시인]

민진홍 시인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진홍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