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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와도,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
   
▲ 유인봉 대표이사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어날 이때,  그 꽃이 봄 날에 가장 먼저 핀다는 것을 알게 될 때부터 그 봄날의 꽃은 그냥 꽃이 아닌 다시 겨울을 딛고 살아났다는 그리움과 반가움이었다. 그렇게 세상이 이어지는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지나온 일상들이 꿈결같다는 것이다.
지금 답답한 긴 터널의 세상은 전혀 다른 가치와 행동을 반경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달라지게 하고 있다.‘이웃의 안녕’이‘나의 안녕’이고 이웃에게 내 안전이 달려있다.

이토록 다른 이들의 상태와 이동 동선에 떨어야 했던 일들은 없었다.
‘내가 아닌 그들에게 나의 생명이 달려 있다니!’
새로운 질병에 관한 공포로 언젠가 거대한 행복이 올거라는 상상보다는 하루의 삶이 급하다.

‘여럿이 함께’가 아니라 혼자 혹은 가족끼리, 세 명 이상의 자리를 피하라고 한다. 그렇다. 사람을 만나도 전혀 다르게 반응을 한다. 닥친 불행과 시련 앞에서 옷도 부럽지 않고 먹는 것도 욕심이 안 나고 어지러운 기운에 얼굴이 몰라 보게 변한 이들이 역경을 견디고 있다.

약국앞에 멈추어진 긴 마스크 행렬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길거리 선거운동을 보지만 그들도 시민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일테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지치지 말라고 전화로나마 소식을 나누면 서로 반가운 목소리가 닿을 듯하다.

사람 구경을 못해서 힘들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너무 외롭게 갇혀서 살고 있다. 멈추어진 경제가 풀리고 돌아가지 않아 얼굴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상황은 어떻게 하나!
지구촌에서 들려오는 소식마다 가슴이 막히는 기운들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열심히”라는 것들이 무너졌다. 속도와 효율의 삶이 지금은 힘을  잃었다. 죽고 사는 문제 앞에서.
수백년 수십년 하던 일들과 삶의 방식이 급격하게 대폭 변하고 이리 저리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있는 곳이 격리지이고 어쩌면 감옥이다. 그렇게 붐비던 곳들이 다른 풍경이 되었다.

속도를 얻었을 때 잃어버렸던 것들, 가깝고 쉽게 가졌던 것들보다 좀 더 먼 것과 풍경을 얻게 되는 시간이다. 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하는 일들의 순서가 바뀌고 있다.
뚝방 산책로와 산길을 찾아 걷는 이들이 훨씬 더 늘었다.

심력(心力)을 얻는 시간과 이해와 해석으로 살아가는 기운을 얻고 인내심이 늘어나면 좋겠다.
세상의 막힌 숨을 열고 잠시 나무시장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숨통이 트이는 새 희망을 보러 갔을까!

봄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지만 여기 저기로 가게 될 나무와 꽃들은 어려운 세상 모를세라 싱싱한 자태이다. 잔디도 수북이 쌓여있고 봄을 맞아 이곳 저곳 새롭게 단장하고픈 마음이 솟아난다. 나무 몇 그루와 꽃나무를 골랐다.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양귀비 꽃망울들을 보며 웃음이 배어나왔다. 웬지 살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심난한 마음에 살아 있는 것들은 그렇게 생기를 준다. 그렇게 작고 연약한 꽃들의 환한 색감이 눈이 부시는 봄날이다. 세상의 난리와는 상관없이 무심한 봄날 풍경은 환하기만 해서 적응이 안될 정도이다.

무엇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세월이다. 4월을 희망하고 5월 그 이상의 날들을 희망하며 건너가고 건져지기를 바란다. “눈물이 난다”는 이들이 “웃음이 난다”로 돌아오길.

재난을 겪어내며 몸과 마음의 변화와 고통, 스트레스, 불안 우울, 공포가 두근거리고 예민함과 화와 같은 힘든 감정의 완화가 절실하다.
세계 곳곳의 고통이 이어져오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위로한다. 영화 같은 믿어지지 않는 현실앞에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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