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생각 없이

            생각 없이
                                 윤수례

하루가 하루를 만드는 풍경 속으로
담벼락에 기대어 잠든 꽃이
시든 꿈을 꿈꾼다
문장이 되는
 
커피, 그 깊은 잔 안쪽
검푸른 바다를 들여다보며
어눌한 깊이를 가늠이라도 할 듯
휘 저어본다
 
쉽사리 섞이지 못하는 찬물과 믹스커피의
이중적 조합
둥둥
떠있는 크림의 종일을 저어 깨우다
숨어있는 문장에 가위눌려
모래알 씹듯 깨어나는,  그새 하루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김포시백일장, 김포예술인예총회장상을 수상했다.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14-15, 20기 수료, [김포문학]  [금샘] 등에 작품발표, [달시] 동인
 
[시향詩香]
 
사전에 '생각'을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조금 과장되긴 해도 시인은 이미 시제에서 심오한 우주적 관상을 섭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하루 안에 존재한다.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경전을 빌리지 않아도 실제로 시종(始終)은 하루 안에 있다. 또한 생각한다는 것은 현실보다 상위에 놓인다. 감정은 감성으로 상상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생각 없음(이)'을 행동하고 활용한다. 믹스커피와 찬물의 이중적 조합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은 정도(正道)만 있는 게 아니다. 시인은 조합을 거부한 찻잔 안에서 무엇을 찾으려 한다. 그 찻잔은 우주다. 결국 가위눌림이라는 가상을 끌어들이면서 퇴고하지 못한 일상이 '그새 하루'라는 장벽에 놓이지만 '하루가 하루를 만드는' 것처럼, 끝이 끝이 아니듯이 생각 없을 것들이 생각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춘삼월이다. 봄볕에 눈 녹듯 코로나19도 곧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글 : 송병호 [시인]

윤수례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수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