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우리는 미래를 샀다
   
▲ 유인봉 대표이사

한 사람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큰 기쁜 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으로 100년 만에 세계에 우뚝 선 일은 장벽을 넘어 미래로 가는 한 역사를 썼다고 대서 특필되고 있다. 일대 사건이다.

“기생충”이 나오자 마자 몇 차례나 보았다며 가족들에게 소개했던 아들에 의해 들어서 알게 된 영화였다. 영화 내용 속 빈부격차의 날카로운 현실에 마음이 결코 편치않았다고 했다. 단순한 관객의 관점만이 아니라, 작품과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고 공간의 구성과 소품 등에도 나름대로 시각을 갖고 보는 것 같은 아들의 입을 통해“봉준호”라는 이름이 자주 언급되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에 두고 우리는 모두 그가 모든 상을 받을 것에 한 편을 먹었다. 어제 우리처럼 그렇게 한 편이 되어 소망하던 이들은 모두 같은 기쁨을 선물로 받았으리라.

의미 있는 타인이 잘 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다. 하나의 목표점을 선명하게 그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 감독과 그 팀의 이번 성공은 꿈같이 실현된 엄청난 현실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미래와 실현 가능할 꿈의 현상이다.

CJ 본사 바라보는 맞은편 지하 스튜디오가 아들의 공간이다.“스튜디오 메타”라는 이름을 건 그의 스튜디오에는 디지털 세대의 각종 장비와,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했던 필름카메라와 편집기 프로젝터 등등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메타(Meta)라는 이름은, 아들이 몇 년전 히말리야를 6천고지를 오르며 가장 가슴에 닿았던 봉우리 이름이기도 하다. 험준한 산길과 상상도 못할 까마득한 고지에서 앞으로 엎어지고 넘어지면서도 카메라를 몸에 묶고 찍었을 만큼, 카메라는 아들에게 가장 손에 닿는 것이고 첫 번째이다. 어릴 때는 그토록 레고를, 좀 더 커서는 컴퓨터를 해체하고, 조금 더 크니 카메라든 무엇이든 손에 닿으면 해체되고 고쳐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곳은 아들의 놀이터며 일 터이며 연구실이다.

디지털 영상 워크플로우 강의를 하기도 하고 고군분투하며 미디어와 영화 실험과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치는 남산의 둘레길과 골목 골목은 살아있는 무대이다. 거리를 지나다가도 완벽한 구도라며 카메라를 통해 밤과 낮의 빛의 무게를 달아보며 무던히 찍어내고 있다.

요즘은 오랜 시절의 영사기를 하나 구해서 고쳤단다. 그 시대의 필름을 돌려대며 아날로그 시대의 신기한 기쁨 속에 빠져들며, 자신의 통장 잔고가 안녕하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한다.“밥은 먹고 다니냐”는 물음보다 자신의 세계에 관한 관심과 대화를 가져주는 것을 더 반긴다. 아직은 미력하지만, 돈도 벌고 논문도 써가며 관심 분야도 빼 놓지 않으면서 넓혀가고 있다.

역사 아카데미에서 남자주연상을 수상한 조커(Joker)를 비롯해 많은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관심을 대화의 주제로 자주 올려 한 시대와 영화에 문외한 내 귀와 눈을 열어주곤 한다.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카메라 하나로 작은 영화를 실험적으로 배우들과 찍어보고 편집하고, 관객들과 대중들에게 비판도 받고 열심히 체득하는 중이다.

가끔 “엄니, 왜 예술을 하는 아들을 낳았어. 돈 좀 많이 벌고 쉽게 사는 아들 좀 낳지 그랬어!”라고 애교 아닌 애교도 떤다. 정말 앞날에 대해 두렵기도 했나보다.

그러기에 한국영화와 감독이 최고에 오르는 일은 정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기쁜 소식이며 살아있는 생생한 교과서다. 누군가의 성취는 많은 이들의 구원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며 목표이다. 작품은 감독의 공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그 작품과 관계된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돈과 한숨과 밤잠을 바친 노력이 모여 만들어내는 진주이기도 하다.

말은 안 통해도 영화는 통한다. 봉준호 감독이라는 코드가 단숨에 우울함을 날려준다. 지난 몇 달간, 수상소감을 수 십 차례 했다는 보도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 한국인이 올라 수상소감을 하는 사이에 관객이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봉준호라는 이름이 누군가의 운명을 위대하게 바꾸어줄 수도 있는 명사가 되고 각인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이이다. 우리 또한 한 부모의 아이였거니와, 영향과 운명을 바꾸어줄 누군가의 아이가 되어 디테일을 배우고 익히고 익어간다. 얼마나 많은 세상의 아이들이 봉준호의 키즈가 될 것인가! 다양한 분야에서 “봉준호”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세계 최고 봉준호 감독의 울림.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화가 될 수 있다는 증거다. 기대가 된다. 작지만 결코 작지않은 나라의 힘과 문화가 살아있음을!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