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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3>
   
▲ 오강현 시의원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 듸 업다.

 져근덧 비러다가 마리 우희 불니고져

 귀 밋태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가 하노라. 

  

<함께 감상하기>

고려시대 우탁이 지은 시조로 봄 산에 쌓인 눈을 녹인 바람이 잠깐 불고 어디론지 간 곳 없고 잠시 동안 (그 봄바람을)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귀 밑에 여러 해 묵은 서리(백발)를 (다시 검은 머리가 되게) 녹여 볼까 한다고 노래하고 있는 시조이다.

 

봄 산에 쌓인 눈을 녹여 주는 바람으로 하얗게 된 백발을 눈 녹이듯 녹여 자신의 젊음을 되찾고 싶다는 이 노래는, 탄로 즉 늙음을 한탄하는 노래 속에서도 인생을 달관한 여유가 한결 돋보이는 작품이다. 체념적이 아닌 긍정적인 시적 자아의 정신을 ‘춘산’의 ‘春(춘)’으로 대변해 주면서 하얗게 된 백발을 ‘해묵은 서리’로 표현하여 비유의 참신성을 보여준다. ‘건 듯 불고 간 듸 없다’는 자신의 젊음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가 버린, 세월의 빠름에 대한 허탈감을 함축하고 있다. 종장의 ‘귀 밋태 해 묵은 서리’는 하얗게 센 머리의 비유며, ‘녹여 볼가 하노라’는 늙음을 한탄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인생에 대한 여유와 관조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어린 사람들이야 한 살 더 먹음에 기쁨이 동반하지만 점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어른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어차피 나이 든다는 것을 부정하여 무엇하겠는가. 우탁의 시조처럼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쫒김이 아니라 여유와 관조의 자세가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삶을 살면서 똑같이 새해를 맞이하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천차만별이다. 자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자신의 몫이다. 인식(認識)이 중요하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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