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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改名                

개명改名
                                                  박정인
 
웃을 일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해보지만
도무지 웃어지질 않는다
내 성姓은 박 인데
활짝 웃고 싶어서
내 이름은 꽃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담장을 타고 지붕에 올라서라도 기어이
박꽃이 될 것이다
시월 보름쯤이면, 속살이 눈부신
둥그런 내가 둥그런 달과
딱 한번 마주 보게 될 것이다
그 날 슬긍 슬긍 나를 타면
켜켜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목젖도 눈부시게
나는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이사, 김포문학상전국공모대상, 헤이리전국여성백일장, 동서문학상맥심상 및 다수의 문학상과 김포예술인시의장상을 수상했다. 동인시집 [척] 등 여러 작품집이 있다. [달시] 동인.
 
[시향詩香]
이름 성의 박과 식물의 박을 절묘한 터치로 차분히 그려낸 시인의 감각적 발상과 심미적 해학이 어떤 연유(緣由)라는 물음으로 이끈다. 시월 보름께 휘영청 달 밝은 초가지붕의 박꽃은 홀연히 내려온 흠 없는 천사의 드레스같이 눈부시다. 박꽃, 그냥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월 그 삭연함, 박이 박꽃이 되면 웃을 일이 생길까? 그렇다면 잇사이로 새 나온 뽀얀 문장은 필경 지붕을 타고 올라간 시인의 기도문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봉인된 녹색 안 비밀이었으면 오늘은 달빛을 채색한 박꽃인 것을, 각진 세상을 동그란 바람막이로 딱 한번 마주할 인연까지도 살뜰히 보듬고자 하는 시인의 온화한 품성을 살짝 엿본다. 슬긍 슬긍 대박 터지는 금빛에 뒤로 젖혀진 목젖의 박장웃음이 유난히 청하다. 새해다. 우리가 서로 눈부시게 사랑하자!
글 : 송병호 [시인]

박정인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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