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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분실
                                                  박소미
 
퇴근길, 살바람 일으키며 탄 버스
두 다리로 간신히 지탱하고서야 눈치챘다
쇼퍼백을 손 갈퀴로 훑어보아도 잡히지 않는다
돈 부른다며, 부자로 살아보자고 건네던 남편 프러포즈
이제는 검붉게 번질거리기만 한 그날은,
 
손잡이 바투 쥐고 목록을 바꿔본다
생태는 동태로 불고기감 한우는 호주산으로
벼르던 딸아이 나이키운동화는 시장표로 바꿔 가는데
무사통과 카드 새로 받으면 그만이지만
 
호흡을 고르다 더 이상 위로받지 못한다
납작 머리 박은 채 서리새벽토록 울고 있을
부모님 흑단 머리카락과 젖니 빠진 딸아이
웃음 박힌 시간들은, 어디로 접수하나
 
[작가프로필]
[지필문학] 등단, 김포문협사무국장, 목포문학상본상, 김포문학상, 김포예술인시의장상을 받았다. 공저 [우리들의 겨울] [바퀴벌레조차 귀여울 때가 있을까] [척] 등이 있다. [달시] 동인.
 
[시향詩香]
받고 듣고 본 것들, 다 보듬고 산다면 얼마나 버겁고 무거울까? 대부분 흘리고 잃어버린다.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준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진분홍 튼실한 고무장갑을 사다 바치는 재치에 그만 푸-하고 웃는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생태가 동태로 자리바꿈해도 뚝배기 같은 은근함, 그 면면에는 여전히 첫사랑의 애틋한 씀씀이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들거린다고 대수랴, 가족이란 보배를 담은 쇼퍼백, 그래서 눈 흘긴 푸념도 다정한 정표다. 추억할 것도 많고 다짐할 것도 많은 연말이다. 성탄선물로 손가락하트 곱게 접어 사랑하는 사람 가슴팍에 꾹 눌러 접수했으면 좋겠다. 억겁의 인연도 내다버리는 세상에 우리가족 누구하나 분실하지 않고 두 발로 서있게 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글: 송병호 [시인]

박소미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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