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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며 

  단추를 채우며 
                                       하영이
겨울을 서랍 속에 접어 넣고
봄을 꺼내기 위해
두꺼운 외투를 세탁했다
옷을 차근차근 접어서 단추를 채우는데
똑딱이 단추가 수컷을 거부한다
힘껏 밀어 넣어 보았지만 마찬가지다
찬찬히 살펴보니 짝을 잘못 찾았다
제짝 찾으니
금새 똑딱하고 하나가 된다
 
[작가 프로필]
[문학공간]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회장 역임, 김포문학상본상, 김포시문화상을 수상했다. 시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와 시선집 [한강의 여명] 등이 있으며, 현재 김포문인양성을 위한 남다른 사명으로 김포문예대학장에 재직하고 있다.
 
[시향詩香]
우리가 겪는 일상의 작은 테두리는 무한의 상상력을 포함한다. 여기에 시인의 시선으로 보면 그 상상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엄마 혹은 아내는 비록 무겁고 칙칙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따뜻하게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찬바람을 막아준 겉옷을 챙기면서 서로라는 짝을 통해 신의 창조사역 가운데 첫 남자의 배필 하와로 하여금 "짝"이란 인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암수의 똑딱이 단추를 제짝 인연으로 비유한 시인의 번뜩이는 발상이 살짝 웃음 짓게 한다. 어여쁘고 곱다. 하여도 금수라면 몰라도 최고라고 고등을 자처하는 인간세계에서 사람됨을 거부한 몇몇 인사들은 여전히 제짝을 부정하거나 시험하려고 든다. 소돔은 옛 이야기가 아니다. 각기 자기로 제짝이어서 똑딱이 단추 같이 꼭 맞는 아름답고 미더운 인연이면 좋겠다. 12월 초하루에 내리는 비는 살갗이 아리다. 후다닥 막 잠을 깬 겨울이 게르슴한 눈빛으로 비 젖어 움츠린 걸음을 바라다본다. 외투를 접어둔지 엊그제 같은데,
글 : 송병호 [시인]

하영이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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