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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의 여름하늘
   
▲ 한익수 소장

캘거리에 온 후부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파란 대형 도화지 위에 누군가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의 소재는 구름이다. 그렸다간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완성된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 그림은 없을 것 같다. 가끔 밴프의 로키 설산이 멀리 보이는 애스펜리찌(Aspen Ridge) 언덕에 오른다. 사방이 까마득한 지평선으로 둘러싸여 광활한 시야(視野)가 넓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하늘이 담아내는 희고 투명한 구름결의 향연을 보는 것은 더 없는 감동이다. 먼동이 틀 무렵 하늘에는 희고 엷은 구름 덩어리가 마치 비늘 모양을 한 체 홍조를 띠며 물고기가 유영하듯 펼쳐있다.

해가 솟아오르자 그 아름답던 비늘구름은 온데간데없고 면사포 같은 털층구름이 엷은 잿빛 양떼구름과 함께 자리를 차지해서 아름답고 정교한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 그 많던 구름들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하늘은 푸른 원색을 들어낸다.

조금 지나자 어느새 서쪽하늘 산등성이 위로 갓 피어나는 목화송이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솟아오른다. 곳곳에는 빗자루로 쓸어 놓은 듯, 드높은 곳에서 새털구름이 수평방향으로 넓게 퍼져 너울대기 시작이다.

해 질 무렵, 멀리 밴프의 로키산맥 줄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붉게 물든 석양과 어우러진 구름의 찬란한 향연은 아름다운 하늘 유희의 극치를 자랑하는 하루의 마지막 무대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더없이 아름답다. 어떤 사람들은 하늘의 색을 코발트색, 소라색 이라고도 표현하곤 하지만, 하늘색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담겨 있으니 그냥 푸른색, 하늘색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것은 새, 비행기도 가끔 보이지만 역시 주인공은 구름이다. 새털구름, 비늘구름, 양떼구름, 뭉게구름, 조개구름, 꽃구름,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에 이름을 붙여보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구름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가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무게 300톤이 넘는 10층 건물 높이의 항공기가 시속 1,000km 속도로 하늘을 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바다나 강에서 증발된 물이 하늘에서 서로 뭉쳐서 구름이 된다고는 하지만, 푸른 하늘 위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다양한 구름의 향연은 누구의 솜씨인지 참으로 신묘막측(神妙莫測)하다.

나는 그동안 하늘을 쳐다보는데 너무 인색했다. 어릴 적, 논둑에서 소 꼴을 먹이며 뭉게구름을 쳐다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구름은 나에게는 막연한 꿈, 동경 같은 것이었다.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하늘, 구름을 쳐다볼 겨를도 없이 세월이 흘렀다.

이제야 하늘이 아름다워서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하루하루를 미움, 시기, 질투, 집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화, 감사, 기쁨, 겸손, 위로, 여유로운 마음을 선사한다.

영국의 비평가 러스킨은 "자연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창조해준 하늘, 다른 어떤 창조물보다 오직 인간에게 이야기하고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하늘,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하늘에 가장 관심이 적다"라고 했고, 시인 윤동주는 그의 서시(序詩)에서“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하늘을 노래했다.

아무리 유명한 관광 명소를 가봐도 하늘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 하늘, 구름은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다. 하늘이 맑으면 구름이 더욱 아름답고, 마음이 깨끗하면 그 사람의 행실도 아름답다.

수정처럼 맑은 캘거리의 여름 하늘은 더 없이 아름답다. 바쁜 삶 속에서도 하늘을 자주 바라볼 수 있는 삶이 여유로운 삶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데는 관람료도 없다. 누군가가 이번 캘거리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왔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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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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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준 2019-08-15 12:29:53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캐나다의 하늘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고 싶어 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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