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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에서 처음 90초의 위력
   
▲ 한익수 소장

2014년 10월, GM한국 협력업체 CEO로 일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GM 아시아태평양지역 물류 품질 총책임자인 쟈니 산다라 부사장이 당사를 방문했다. 회사 현황을 설명한 다음 당사 고유의 경영혁신활동인‘RBPS’혁신활동을 소개했다.

현장투어를 마친 다음, 쟈니 부사장은 사뭇 놀라는 표정이다. 생산성 향상 43%, 2년 연속 무결점 품질 달성, 안전사고율 90% 감소, 제안 250% 향상. 3년 만에 이런 혁신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며칠 후 쟈니 부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해 11월 인도 푸네에서 GM 아시아태평양지역 협력업체 사장단과 GM 중역들이 참여하는 연말 워크숍에서‘RBPS’경영혁신사례에 대한 특강을 해달라는 것이다. 일단 승낙을 해 놓고는 고민이 많았다.

준비할 기간도 짧은 데다가 의사전달 방법이 고민이 되었다. 처음에는 통역을 고려했지만 내용 전달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통역 없이 특강을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강의는 처음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청중들에게 들을 준비를 하도록 무장해제 시키지 못하면 성공적인 강의는 물 건너간다. 그래서 강사들은 처음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유머로 시작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강사는 생생한 예를 제시하거나 강력한 시각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인상적인 오프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른 모든 강의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외국인들에게 하는 강의는 첫인상이 더욱 중요하다.

영어 특강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간단한 시각자료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각자료로 두 개의 사과(Apple)를 준비했다. 하나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애플사 제품인 아이폰이고, 다른 하나는 크고 색갈이 좋은 먹음직한 사과였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장소는 인도의 유명한 휴양지인 푸네에 위치한 하얏트 푸네호텔(Hyatt Pune Hotel)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GM 간부들과 협력사 대표 500여 명이 모였다. 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50분 특강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사회자의 간단한 강사 소개가 끝나자 마이크가 나에게 주어졌다.“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50분간의 만남을 위해서 16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온 한익수 사장입니다.”오른손에는 사과를 들고 왼손에는 아이폰을 들었다.

“오늘 먼 길을 오면서 선물로 두 개의 사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는 애플사의 아이폰이고, 하나는 한국산 사과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선물로 드릴 것은 애플(Apple) 사 제품인 아이폰이 아니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진짜 사과입니다.

오늘 이 시간 여러분에게 드릴 메시지는 사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과나무에서 맛있고 튼실한 사과가 어떻게 열리는지를 이해하시면, 놀라운‘RBPS’라는 공장혁신의 비밀을 선물로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 과수원으로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도 긴장이 풀리면서 성공적인 강의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날 강의에서는 사과나무에서 찾아낸 혁신의 비밀(RBPS)을 제품 생산과 연계,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여 의사소통의 한계를 극복했다. 강의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한참이나 이어졌고, 애프터 미팅에서는 많은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RBPS 경영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CEO들이 많았고, 컨설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청중의 뜨거운 반응에 나도 놀랐다. 원어민 대상으로 하는 영어 특강에서 기립박수를 받다니!

성공적인 스피치를 하려면 자신감, 열정, 목소리, 유머감각, 복장, 시각자료, 많은 연습 등 갖추어야 할 사항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공유할 가치가 있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청중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들어갈 틈이 없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한 감동을 주는 스피치를 하려면 먼저 청중의 마음을 여는 처음 90초를 잘 준비해야 한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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