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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詩的) 상상력이 창의력의 도구다
한익수 소장


얼마 전 백강포럼에서 시인이자 문학경영연구원 원장인 황인원 박사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제목이 특이했다.“4차 산업혁명과 시적(詩的) 상상력”이다. 도대체 시와 4차 산업혁명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공감이 갔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표적인 명제는 인공지능이고, 인공지능이 고도화 되면 결국 사물이 말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밥통도 말하고, 냉장고, TV, 기계, 자동차도 말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오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대화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사물과 소통하려면 사물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사물의 마음을 읽는 것이 바로 시적 사고이고, 동심의 세계입니다.”

              저주

온통 하얀 색으로 도배된 방에 하얀 옷과 갈색 바지를 입은 20개의 생명이 앉지도 못하고 빈틈 없이 서 있다.
하루에 몇 번씩 방이 기울어지고 생명들이 방을 떠난다
이제 내 차례다. 방이 기울어지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아! 내 몸에 불이 붙는다. 내 몸이 타 들어 간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대신 나는 너를 삼킨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시다. 담배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내 몸이 타 들어갈 때의 심정을 표현했다.“나는 너를 삼킨다.”라는 대목 속에는 일방적으로 나만 당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몸에 해를 주겠다는 저주의 뜻이 들어 있다.

이 학생은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을까? 궁금하다. 시는 보이지 않는 사물의 마음을 읽는 것이고, 사물의 마음을 형상화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보고 웅장하다고 생각하였는지 한 가지만 써 오세요.

다음날 한 학생이 이렇게 써 왔다.“엄마 뱃살”.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일기장 속에 이렇게 적었다.“어제 할아버지가‘치매에 걸리지 않는 법’이라는 책을 사오셨다. 오늘 또 사오셨다.”지식이 만든 고정관념의 틀을 없애는 것이 동심이다.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자연과 사물을 모방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현대에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새의 날개와 꼬리를 본떠 그린 설계도가 비행기를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

잠수함은 물속의 왕자 고래에서 영감을 얻었고, 잠자리에서 영감을 얻어 드론을 개발했다. 보이지 않는 사물의 마음을 읽는 시적 상상력 속에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그래서 에디슨은“발명가는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스티브잡스는“생각이 막힐 때 시를 읽으면 아이디어가 샘 솟는다”라고 했다.

인간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것은 유한하다. 창조주가 만든 자연 속에 영원불변의 진리가 들어있다. 시적 사고의 기본은 관점을 주체로 바꿔서 내가 사물이 되어 사물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출발한다. 시적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깨는 동심 속에 미래의 변화를 감지해 낼 수 있는 지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시적(詩的) 상상력이 창의력의 도구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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