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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숙연한“눈물”
   
▲ 유인봉 대표이사

“사랑과 존경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오랜 교과서에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아오신  윗 분들의 삶을 보면서 그렇다.

결코 쉽지 않은 세월을 극기로서 이겨내고 승리한 그 모습들에 존경과 사랑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는 분이 있다. 온유하신 성품이 그대로 느껴지는 분이신데  6월 6일에 보내온 카톡에 그분이“눈물”을 언급했다.

“오늘따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낍니다. 아버님이 6.25 참전하시고 전사하셨지요. 아버지 얼굴도 기억이 없어요. 어제는 동작동 현충원 비석에서 많이 울었어요. 꿈에라도 얼굴 한번 보여달라고요. 어머니는 60년만에 아버지 곁에 합장되어 만나시고요. 두 분 부모님과는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나의 소망입니다”

그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나왔다. 은빛머리결의 그분이 어릴적 소년의 슬픈 눈동자로 보였다. 읽는데 그냥 가슴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참 많이도 빚지고 살고 있다. 언제나 6월이면 그분은 얼굴도 못본 아버지를 더욱 그리워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세상 누군가가 먼저 지불한 피와 땀과 눈물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월남참전을 하신 또 한 분을 만났다.
현충일에 사무실에 나와서 그 분만의 현충일을 보내고 있었다.

“빗발처럼 날아오는 포탄을 뚫고 전사한 전우와 자신의 몸을 묶고 포복으로”사력을 다해 적진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다행히도 그 때 그 전우가 국립묘지에 지금 있다고.  이국땅에 마구 훼손되어서 무명으로 남게 될 전우로 둘 수가 없었다.“정말 죽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하루 종일 그 분의 눈빛은 수십 년 전 젊은 시절로 돌아가 그 잔혹한 월남의 전쟁터에 가 있었다. 오랫동안 만난 분이지만 그렇게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살아 돌아왔던 슬픈 표정을 보았다. 결코 과거가 아니라 오롯한 현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분의 삶, 그분의 현대사이다.

다행이 조국에 데려와서 여간 다행이 아니라고, 이제 자신도 너무 세월이 갔지만 아직도 그곳에 찾아갈 생각만 해도 눈물이 걷잡을 수 없다고 했다.

6월 10일, 97세, 한 평생을 일관되게 사랑과 존엄을 잃지 않고 살다 가신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인권, 민주주의,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했던 이희호 여사의 삶이 다시 옷깃을 여미며 숙연하게 한다.

아내로서 어떠한 어려움과 순탄치 않은 애끓는 삶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산을 넘고 넘어 살아온 온 생애와 그 역사를 나누고 남겨놓으셨다.
그분의 치열한 삶과 죽음까지 모두 세상에 주는 큰 가르침이며 선물이다. 선구자 여성으로 선각자인 여사의 삶은 그대로 대한민국 여성의 품격이자, 존엄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선택한 가정을 살리고 그 너머 우리의 역사 앞에 부름 받은 삶으로 온전했고 옳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유지했던 그 분의 삶을 바라보며 다시 삶을 얻는다. 세상에 와서 어떻게 살다갈 것인지를 너무도 확실하게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왔다가 가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누군가는 소중한 역사와 이야기를 남겨 놓는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서 삶을 전하는 것이다. 

6월이 중순을 향해 녹음이 짙어간다.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하늘나라에 가서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이희호 여사의 평생의 꿈은 이제 생전의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며 꿈이다.

그 누구도 헛된 피흘림이 없는 삶과 이 나라의 평화를 기원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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