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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뽑기, 자연의 이치를 엿보다
   
▲ 유인봉 대표이사

이른 아침, 날이 새면 제일 먼저 새소리가 문을 연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설레인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비온 뒤라 풀 뽑기에는 흙이 물러지니 아주 적당했다. 날이 새자마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 풀이 숲을 이루는 것 같은지라 두 손을 써서 쑥쑥 뽑았다.

망초대가 유난히 키가 크게 자랐다. 쑥쑥 뽑았다. 그 옛날 아버지는 망초대만 보면 어서 뽑으라 하셨다.
망초대가 수북하면 사람이 안사는 집이고 게으름의 상징이라 보셨던 듯 하다.

아직 여린 기운이라 뽑기도 좋고 옆에 놔두면 그곳에는 잡초가 쉽게 자라지 않는 것을 알기에 뽑아서 제자리에서 거름이 되도록 두었다. 여름이면 해뜨기 전에 이미 일어나 날마다 몸을 움직여 일하시던 부모님이 눈에 보이듯이 떠오른다.

그렇게 점점 닮아가는 걸까. 이른 아침은 우선 기분이 좋다. 잠깐의 움직임만으로도 전날의 아픔과 그날의 근심을 덜어내는데 최고이고 마음이 온전한 시작점의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젊은 나의 자아상 그림에 풀뽑는 아낙네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풀을 뽑고 고무신에 묻은 흙을 툴툴 털어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풀을 뽑노라면 근심과 걱정, 이 생각 저 생각이 구름이 일 듯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부정의 부정이 긍정으로 돌아오고 부침이 일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경쾌하면서도 활달한 손놀림과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삶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해준다.

무슨 일을 하다가 생각이 오락가락한 일들도 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붙잡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마음을 얻는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 때, 그 분들이 진지만 잡수시면 서로 앞다투어 자꾸만 논과 밭으로 달아나시던 생각이 난다.

나이가 한 나이씩 들어갈수록 자연을 찾고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다시 씻고 치유하고 돌아돌아 자신의 자리를 온전하게 찾아가는 여행이 아닐까!

어느 덧 그 분들이 혼기 찬 자식들을 짝 채우시던 시절이 바로 나의 코 앞이다. 시부모들이 한 것만큼만 하고 살아도 성공이구나 싶다. 어른살이가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엄숙한 그리움으로 가 닿는다.

죽거나 죽음 이후에도 그 삶의 역사는 자신을 넘어 자손과 자손으로 이어져가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바톤을 이어서 살아가고 이어주는 것과 같다. 바톤을 잘 이어주어야 할 사명과 책임이 엄하다.  

한 사람의 생애사는 결코 그 사람의 것만이 아니다. 그 가족과 시대의 얼굴이며 공동체의 얼굴이며 역사의 얼굴이기도 하고 남기고 가는 유산이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잘 살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선택한 주관적인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삶의 주체자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나를 만들어 온 수십년 세월동안 밖에서 형성된‘나’라는 존재가 있다. 사회적 역할과 다른 이들에게 형성되고 비추어진‘또 하나의 나라는 존재’도 엄연하게 살아있는 책임의 영역이다.

자신이 새겨온 이미지와 세상에 새겨놓은 또 하나의 자신의 상이 일치하는 삶, 안과 밖이 모두 진짜의 삶이기를 바란다.
인간사 누구나 나름대로 ‘전날의 아픔과 한숨에서 자유로울까’만은 꼭 해야 할일의“평범한 한결같음”과 자신의 주어진 환경의 작은 일들을 소중하게 가꾸어가며 살일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이어줄 날이 오며, 잠시 맡아서 누리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삶의 성취와 진실성은 세상 모두가 공유해도 좋을 큰 울림이고 유산이어야 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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