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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물든 5월의 허산
   
▲ 한익수 소장

“언니, 나도 저렇게 한번 예뻐 봤으면 좋겠어. 너무 예쁘다!”허산 4구역 등성이를 지나다 연녹색의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있는데,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엄마 둘이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가며 내뱉듯이 하는 말이다.

5월의 봄, 연녹색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은 나만이 아닌 듯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 아내와 함께 동네 앞 허산에 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는 따뜻한 봄날이다.

우거진 숲 사이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걷는 젊은 부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 젊은이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눈에 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5월의 연녹색 나뭇잎은 너무 아름답다. 꽃보다 더 아름다워 빠져들 것 같다. 감탄이 절로 난다. 연녹색은 우리의 마음에 새로움과 기쁨을 주는 야릇한 힘이 있다. 녹색 자연은 나의 눈을 씻어주고, 머리를 씻어주고,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씻어내는 것 같다.

허산 정상에 올라 신선한 바람을 쏘이며 한강 신도시 사방을 내려다보고는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있는데 할머니 두 분이 올라오신다. 연세가 좀 있으신 것 같은데 지팡이도 없이 올라오신다.

“할머니 힘 안 드세요? 숨이 좀 차긴 해도 오를만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응 나는 팔십이고, 이 할머니는 팔십둘. 여기 자주 오시는 모양이에요. 그럼, 자주 오지. 이제 정이 들었어. 허산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지.”허산은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보배 같은 산이다.

장기동에서 솔내공원을 지나 정상까지는 약 5km 정도로 왕복하면 만보 정도 걸을 수 있다. 허산은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구역마다 오르고 내리는 산등성이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야산이지만 소나무, 갈 참나무, 밤나무, 느티나무숲 사이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있고, 군대 군데 헬스기구도 설치되어 있어 운동하기도 좋다. 김포 한강 신도시 인근에는 허산 외에도 시민들이 언제라도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야산들이 많아 시민들의 쉼터이자 에너지 재충전의 휴식 공간이 된다.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가현산을 비롯하여 운유산, 모담산, 장릉산이 있고,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 쪽으로 조금 나가면 명산 문수산도 있다.
등산은 작은 여행이다. 여행이 일상을 떠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을 주는 것처럼, 등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비축해주고 체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더없이 좋다.

그리고 자연은 대할 때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준다. 맑은 하늘은 우리에게 고운 심성으로 살라고 이야기한다. 녹색 나뭇잎은 항상 젊은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라고 말한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내 마음이 아름다워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산은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데, 이것은 이웃들과 서로를 인정하며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날이 가물면 땅이 갈라지는 것은 너무 매마른 감정으로 살지 말라는 뜻이다.

초록색은 사람의 마음을 푸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초록색을 좋아한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까지 다 좋아하지만 특별히 연 녹색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무들이 연녹색을 보여주는 기간은 너무 짧다.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의 인생도 사계절의 자연을 닮았다. 봄바람을 타고 새움이 돋아나는 봄은 유년이며 청년이고,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여름은 장년이다. 찬바람이 일고 낙엽이지는 가을은 노년이다.

“나도 저렇게 한번 예뻐 봤으면 좋겠어!”연녹색 나뭇잎에 반해 한창 피어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젊은 엄마처럼 사람은 청춘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나무도 계절마다 특색이 있는 것처럼, 청년은 청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노년은 노년의 아름다움이 있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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