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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 때 꽃이 핀다
   
▲ 유인봉 대표이사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꽃은 말입니다. 죽을 만큼 힘들 때 꽃이 피는 겁니다. 춥고 모진 바람을 견디며 꽃망울이 맺히거든요. 솔방울도 양지바른 곳에 있는 나무에는 안 달립니다. 악조건에 있는 나무들에 솔방울이 많이 달려요”

웬지 그 한마디에 인생이 다 실려있는 듯 큰 울림을 준다.
천지에 절세가인이 가득한 듯 아름답지만 그 꽃들을 다시 쳐다볼 때 나와 한 생명으로 느껴지고 연대의식조차 생긴다.

요즘은“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라고들 한다. 폭과 깊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들도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야 할 수도 있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저기“어째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이들이 그래도 힘을 다해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이  많다.
그런데 힘들 때는 환상보다는 어제까지 힘을 다해 살아온 더 어려웠던 역사를 돌아보며 힘을 얻게 되는 역설이 있다.

결혼 후, 5살 2살 배기 아이들을 데리고 살던 전셋집이 있었다.
그 작은 집 위쪽으로는 오솔길이 있었고 초등학교를 지름길로 걸어가는 그 작은 길가엔 손바닥 만한 밭에 이것 저것들을 심어 먹는 이웃들의 흔적이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두 살배기 아이가 이제 서른 살이 되고 우연찮게 그 길을 남편과 걷다보니 변함없이 기억과 그대로인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시간이 멈추어져 있던 것만 같았다.

빠른 도시화와 더불어 30년 동안 그대로 전혀 변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그곳은 한 지역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대비처럼 그 모습으로 가만히 있었나보다. 그 세월을 비껴간 듯한 풍경이 왜 그렇게 편안한 치유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기억에만 존재하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개발의 이름으로 우리가 경유했던 우리의 시공간은 송두리째 어디로 가버려 오직 기억의 공간안에만 존재하기도 한다.

그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 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한 안정감이 가슴으로 찾아왔다.
더 어렵게 살던 시절을 걸어 집으로 오는 동안 왜 이 곳을 그 많은 시간 동안 한 번도 가게 되지 않았었는가도 신기했다.

그 짧은 오솔길을 걷는 시간동안 30여년의 삶의 줄거리와 아이들 운동회에 가려고 김밥을 부지런히 싸가지고 달리던 기억, 노느라 정신이 팔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는 개구쟁이 아들녀석을 찾아 잃어버렸는지 알고 마구 헤매이던 일, 지금 보다는 더 젊어서 좋았지만 아프게 넘어졌던 마음 등 순서 없이 스토리가 그 순간 영화처럼 마구 떠올랐다가 지나갔다.

그리고 정말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 그리고‘많이 변한 것도 있고, 그대로인 시간도 존재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달려갈 줄만 알았구나!’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한순간에  지난 과거를 다시 한번 재생해 본 것 같다. 짧게 되돌아 걸어서 현재로 온 것 같은 느낌은 참 의미가 있었다. 다시 그 속에서 생기 발랄 하게 젊어지는 듯한 감각이 살아남은 웬 일일까!  

다시 무엇인가 해보고 싶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 마치 나른한 오후 같이 사는 것은 아닌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결핍은 가장 사람을 단련하는 선생이며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게 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실인 듯 하다.

조건과 결핍은 늘 우리에게 있는 전체의 한 부분이며 어쩌면 불리하다는 조건 때문에 살아남게 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힘을 보태지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돌보고 일깨우고 자신을 활용하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몸과 마음을 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돌아보면 자신의 작은 능력과 부족한 역량을 깨닫게 된다.
그러기에 홀로 잘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협동하며 살아가려 하고 힘을 모으고 나누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은  어떤 경우에도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마음관리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하여도.
아니면 어려웠기에 이만큼 온 힘으로 피어난 꽃이기도 하다.

누구나 돌아보면 나름의 고난스러운 시간 속에서 얼마나 바둥바둥 살아내려고들 애쓰고 또 애쓰며 현재에 이르렀는지 알게 되는 자유함이 있기를 바란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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