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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바람직한 정보기관의 모습
   
 
   
 

언제부터 국가차원의 정보기관을 두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단히 오래 전부터 인식해 온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인물이었던 손자(孫子)는 국가가 외적을 물리치고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명한 병법서이자 스파이교본인 ‘손자병법’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여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용간(用間)‘편에서 구체적인 인간정보 운용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정보는 숨기고 상대방의 정보는 알아내고자 하는 쫓고 쫓기는 보이지 않는 무대 뒤편의 이면활동이 지속되어 왔다 

정보기관이 빛을 발하는 것은 특히 국가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을 때이다. 손자가 속한 오(吳)나라는 초(楚)나라보다 약한 국가였지만 정보를 활용한 탁월한 용병술로 3만의 군사로 20만 대군을 격파하였으며, 이스라엘은 모사드(Mossed)라는 강력한 정보기관에 힘입어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대규모 전쟁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다.

국가 간의 대규모 전쟁이 줄어들게 된 오늘날 국가의 경쟁력은 군사력보다는 오히려 경제력이나 과학 기술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즉,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경제발전과 과학기술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정보기관의 활동목표도 전통적인 국가안보 외에 경제정보, 과학기술정보 그리고 산업보안활동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예방하는 데에는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제1차적인 임무는 역시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마치 생명과 같은 것으로서 안보가 불안하게 되면 경제이든 문화이든 제대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종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세계는 군비를 삭감하고 정보기관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1990년도에 2,930억 달러였는데, 1997년에는 2,430억 달러 수준까지 삭감되었다가 9∙11테러 이후에야 1990년도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다.

또한, 정보기구와 정보예산도 지속적으로 축소되었으면 이것은 결국 국가적 재앙을 예방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정보활동의 형태는 예방정보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예방조치를 하게 되면 불필요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정보활동이 성공하여 안정된 사회가 지속되면 위기의식이 점차 희석되고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된다. 마치 소방당국의 예방점검 활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귀찮게 여기다가 불이 난 후에야 소방관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처럼.

미국은 9∙11테러 이후 정보기구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미국 정보기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통합되지 못하고 분산된 정보기관에 의해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정보공동체의 장을 겸임하고 있는 CIA부장은 고유한 정보수집∙분석업무보다도 관계기관 업무조정 회의에 참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로운 ’정보개혁법‘(Intelligence Reform Act)'에서는 당면한 테러대응을 위한 통합된 ’국가테러대응센터’를 신설하는 외에 모든 정보기관의 활동목표와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예산을 조정∙통제할 수 있는 국가정보장관(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 DNI)을 두도록 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되고 효율적인 정보기관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경우에도 극복하여야 할 당면과제는 너무도 많다. 우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하여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강대국에 둘러싸인 주변 안보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처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올 남북통일에 대한 대비 등 중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한 중요한 과제에 대해 자신과는 별로 관계없는 일로서 시간이 가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천적 사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이 열심히 땀 흘려 일한 결과인 것처럼 앞으로 닥칠 중요한 과제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매끄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정보기관의 개편 문제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심사숙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권순호(경기도지역신문협회 회장. 부천신문 발행인) 

권순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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