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혁신의 비밀
‘내 안에 너 있다’
   
▲ 한익수 소장

지난겨울 캐나다에 살고 있는 딸이 결혼한 지 10년 만에 4개월 된 아들, ‘라온’이를 안고 김포 집에 왔다. 그동안 왠지 허전해 보였던 딸이 듬직한 아들을 안고 온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아마도 딸은 하루빨리 아들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안겨주고 싶은 마음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을 것이다. 김포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돌아간 뒤에도 라온이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부부는 외손자 첫돌 때 가기로 했다가 일이 있어서 못 가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옷 한 벌 사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얼마나 컸을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주로 누어서 지냈는데 지금쯤 걷겠지. 지금도 할아버지를 알아볼까, 낯을 많이 가리는 라온이가 나 보고 울면 어쩌지? 캘거리 딸 집에 도착했다.

라온이,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가슴에 폭 안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의 순간이다. 우리 부부는 캘거리에서 두 달간 있으면서 외손자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장난감 중에서도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라온이, 집안이 온통 장난감 자동차로 꽉 찼다. 자동차를 굴리고, 살피고, 바퀴를 돌려보고, 잘 때도 옆에 놓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카, 카’하고 자동차를 찾는다.

성격이 깔끔해서인지 바닥에 먼지 하나만 있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손으로 집는다. 장난감 청소기를 사주었더니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청소도 잘 한다.

라온이가 어느덧 15개월이 되었다. 이제 제법 뛰어다닌다. 어느 날 골프장에 함께 갔을 때의 일이다. 퍼팅 연습장으로 별안간 뛰어들더니 골프 공을 발로 차서 홀 근방까지 보내놓고 손으로  집어 홀에 넣고는 좋아라 손뼉을 친다.

집에 와서 할아버지 무얼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골프 치는 흉내를 낸다. 어느 날 아빠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데리고 갔다. 운동하는 형들을 보고 매트로 뛰어들어 따라 하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는 무얼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태권도 하는 흉내를 낸다. 한 번은 온 가족이 인근에 있는 밴프로 나들이를 갔다. 개울가에서 자갈을 집어 물로 던지고, 쌓인 낙엽에 누어 뒹굴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천상의 모습이다.

어린아이들의 인지 능력은 대단하다. 말은 못 하지만 감으로 알아듣는다. 어떤 때는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영재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제 몸무게가 제법 나가서 좀 무겁기는 하지만 시간만 되면 많이 안아주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보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아버지 방부터 가자고 한단다.

그렇지 않아도 귀여운데 할아버지가 관심을 가지는 자동차, 골프, 청소를 좋아하니 동질감마저 느낀다. 유난히 웃음이 많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행복을 안겨준 라온이. 이렇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우리는 또 헤어져야 한다.

아빠가 일터로 나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놀아 줬는데 이제 엄마와 둘만 있으면 허전하겠지.
캘거리를 떠나 밴쿠버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 라온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아버지 방으로 갔는데, 할아버지가 안 보이니까 서운한 모양 이예요.” 코 끝이 찡했다. 있어야 할 사람이 없을 때의 허전함, 나에게도 느껴온다.

“라온아, 우리는 비록 지금 떨어져 있지만 ‘내 안에 너 있다.’ 너도 ‘네 안에 나 있지? 다음에 또 만나자.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거라.” 사람은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 속에 추억이 남아있어 행복한가 보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는 것이 황금을 많이 쌓아놓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익수 소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서필환 2018-10-31 19:36:53

    한익수회장님!
    라온이와 행복했던 순간을 영원히 못잊을겁니다
    할아버지의 칼럼주인공이 되었으니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