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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생명은 신뢰다.
   
▲ 한익수 소장

“삼촌, 큰일 났어요. 상철이가 학교 가다가 눈에 빠져서 못 나와요.” “어디야!” 삼촌은 급히 조카를 따라나섰다. 상철이가 눈 속에 겨드랑이까지 묻혀 사색이 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막대기 하나를 내밀어 한참을 밀고 당기다가 겨우 구출해 냈다.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시골 등굣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좁은 논길을 따라 학교를 가야 하는데, 밤새 폭설이 내리면 깊은 논에 눈이 쌓여 오솔길과 논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앞장서 가던 친구가 헛발을 디디면 깊은 논 쪽으로 빠지곤 했다. 그때는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눈이 많이 내리면 아이들은 신이 난다. 눈사람 만들 욕심에 학교 공부는 건성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눈사람 만들기 경쟁이라도 하듯, 대문 앞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곤 했다. 그 당시는 시골에서 별다른 놀이기구가 없어서 겨울철에는 썰매 타기,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놀이가 고작이었다.

어떤 날은 눈이 오다가 그치면 눈 사람 만들러 나왔던 아이들은 실망하고 돌아간다. 이때 끈질긴 한 아이는 어렵게 농구공만 한 눈덩이를 뭉친다. 그리곤 그 작은 눈덩이를 굴려서 커다란 눈 사람을 만들곤 한다. 작은 눈덩이를 만들면 커다란 눈 사람도 만들 수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짝이 종일 심각한 표정이다. 점심시간에 물어보았다. “형근아, 오늘 무슨 일 있어?” “어, 우리 집 분위기가 말이 아니야. 어제저녁에 작은어머니(?)께서 오셔서 아버지와 대판 싸움이 벌어졌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머니 모르게 한 여자를 알았는데, 나중에 발각되어 합의하에 조건부로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합의 조건은, 아버지가 두 여자 집을 하루걸러 공평하게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문제가 생겼다. 운전기사가 착각을 해서 퇴근 시간에 다른 여자 집으로 아버지를 안내한 것이다. 그 당시는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간혹 그런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요즘 사회 일각에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끔 가정문제, 여자문제, 비리 문제로 매스컴을 타는 모습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리더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 신뢰다.

신뢰가 깨지면 명예도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사회가 정보화, 투명화 되면서 비밀은 없어지고 신뢰는 더욱 중요해졌다. 신뢰는 ‘단순히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덕목’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이다.

신뢰는 조직을 하나로 이어주는 접착제와 같다.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창의력은 말살되고, 진보는 정체되며, 혁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뢰의 발상지는 가정이다. 가정은 사회 이전의 작은 사회, 신뢰의 공동체이다.

가정은 건축물의 기초와 같은 곳이다. 투명사회에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내 가정, 내 가족, 내 이웃으로부터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가족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는 사람에게 큰 것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의 눈덩이다.

눈 덩어리가 부실하면 커다란 눈 사람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쉽게 부서지는 것처럼, 가정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그동안 쌓아 놓은 공든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리더를 꿈꾸는가? 가정에서부터 신뢰를 쌓아라.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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