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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항에서 만난 세 명의 천사
   
▲ 한익수 소장

“여보, 조금만 더 빨리 뛰자” 보딩 시간 20분 전이야.” 아내는 한 손엔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헐떡이며 내 뒤를 따랐다. 베이징공항에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오늘 캘거리까지 갈 수 있다. 

베이징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부부는 금년 여름을 딸이 살고 있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보내기로 계획했었다.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겨 여행 일정을 미루다가 8월 말에야 출발하려고 하니 방학이 끝나고 돌아가는 학생들이 많아 빈 좌석이 없었다.

수소문해서 겨우 구입한 비행기 표가 베이징으로 가서 갈아타고 밴쿠버, 캘거리로 가는 비행기다. 그런데 베이징공항은 처음인데다 환승시간이 충분치 않아 걱정이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탑승했다. 잠시 후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공항 사정으로 출발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비행기는 1시간을 지연해서 출발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만약 베이징에서 밴쿠버행 비행기를 놓치면 일이 복잡해진다. 다음 비행 스케줄을 다 바꿔야 하고 짐 연결도 문제가 된다.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시간상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기는 어렵다고 했다. 베이징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밴쿠버행 비행기 타는 곳까지는 1km쯤이나 떨어진 것 같다. 기진맥진해서 겨우 탑승 수속하는 곳에 도착했다.

이제 보딩 시간까지는 10분 정도밖에 안 남았다. 밴쿠버행 비행기는 400명 이상이 타는 보잉 777 대형기라 탑승객이 많아 수속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탑승 안내를 돕는 여성 안내원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30m 정도를 함께 뛰어가더니 검은색 옷차림을 한 보안요원에게 우리를 인계해 주었다. 촌음을 다투는 상황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보안요원에게 인도해준 그 여성이 우리에겐 첫 번째 천사였다.

보안맨은 우리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비상통로로 안내해서 짐 검색대 맨 앞자리까지 안내해 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300여 명 이상 되는 승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검색 절차를 10분 안에 할 수 있게 도와준 보안 요원이 우리에겐 두 번째 천사였다.

검색대를 통과해서 조금 지나니 밴쿠버행 항공기 탑승구가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긴장이 풀리니 어지럽고 다리가 떨렸다. 아내를 쳐다보니 얼굴이 창백했다. 이러다가 탑승 전에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서 있는데 탑승 수속 안내원 한 사람이 우리 앞으로 오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탑승수속 대 앞에 와서 여권과 비행기 표를 확인하고는 누군가와 한참 통화를 하더니 여권과 표를 돌려주면서 먼저 탑승하라고 했다.

아마도 베이징에서 짐이 실렸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기진맥진해서 서있는 우리를 먼저 탑승하도록 도와준 그분이 우리가 만난 세 번째 천사다.

베이징공항에서 만난 세 명의 천사 덕분에 우리는 밴쿠버행 비행기를 기적적으로 탈 수 있었다. 좌석에 앉자마자 우리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교훈은 해외여행 시 환승이 필요한 경우는 그곳 공항 사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환승에 필요한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번 여행은 초장부터 꼬여서 고생을 많이 했으니 나머지 시간은 더욱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나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나 보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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