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16년 전 쥐똥나무를 심어 울타리를 삼은 후 해마다 쥐똥나무의 하얀 쌀톨 같은 꽃 향기도 좋고 이름도 더 정겨워진다. 그 옆에는 애기똥 풀이 자라난다.

둘다 ‘똥’이 들어간 이름이다. 못난 이름 같은데 참 정겹고 익숙하다. 사람들은 못견딜만큼 더운 밤들만 계속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들은 30도 넘는 한여름을 잘 견뎌내고 씩씩하기만 하다. 점점 더 높이 더 영역을 확장하며 자라 풀의 장벽처럼 울타리가 된다.

풀들보다 무더위에 더 적응이 안 되는 선잠 드는 밤에 어릴 적 추억속의 더위를 떠올려본다.
‘그때는 더위를 어떻게 견디었을까?’

더워서 쩔쩔매고 지냈을 텐데 전혀 고통은 기억되지 않는다. 고향의 맑은 물에 뛰어 들어가 미역을 감던 즐거운 냇물의 감촉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은 고맙고 더 좋아진 계기가 된 일들이 있다.
‘2년 전 오늘’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오늘’을 2년 전에는 몰랐던 미래이다.

2년 전의 아픔이나 슬픔이나 고통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그리고 ‘2년 전 오늘’보다 오늘이 더 좋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고통이었든지 지나갔고 그 결과 더 부드럽고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을 열면  눈에 띄는 좋은 점이 있다. 몇 년 전의 그날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몇 년 전의 오늘’ 사진자료를 슬며시 꺼내 보여준다. 생각지 못했지만 몇 년 전 그날의 사진은 새롭다. 그 때의 생생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좋기도 하여 다시 저장하기도 한다.

잊었던 시간이 다시 재생되는 느낌이 있고 잠시지만 지난 시간을 음미하게 된다.
그날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다.

2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하던 일들도 현실로 나타난 것도 있고 해석하자면 모두 고마운 인연과 좋은 일들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삶이란 해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당장 눈앞에 벌어진 일들이 난해하지만 잠시 쳐다보고 생각하면서 그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해석하고 다시 만들고 새기면서 힘을 얻고 살아나는 것이다.

돌아보면 누구나 나름대로 엄청난 날들은 있었으리라. 생각지도 않았던 날벼락도 있어 당황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날들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다소 허름한 날도 있었고, 반복되는 허망한 인생의 연습도 있었겠지만 지날 날은 그렇게 흘러가고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찾아 입듯이 그렇게 시간을 또 만들어 가는 것이다.

큰 쟁반에 수박 한 통 놓고 큰 칼로 쪼개서 한 입 베어 먹는 일이 한 여름을 드러내는 한 컷의 명장면이 되어도 좋다.
날마다 ‘2년전 오늘’과 ‘오늘’은 달라서 좋다.

어쩌면 포기할 것은 더 빨리 내려놓는 법도 알고, 쥐똥나무에 눈길도 주고 노란 애기똥풀의 정겨움과 바람 따라 풀처럼 눕거나 걷는 법도 예전에는 몰랐다.

가슴에 깊이 지니고 가야 할 것들도 하나 하나 진주처럼 가려낼 수 있는 세밀함과 걸러내서 들을 수 있는 귀로 익숙해져가서 좋다. 오늘은 행여 마음이 약해져 우는 모습을 커가는 아이들에게 들킬지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요소요소에 기록되고 중요한 시점에 알려주는 복을 누리게도 한다.
 우리의 삶의 동선이 그래서 언제나 한결 같이 말 한마디 한마디 어디에서 누구와 말하는 일도 그래서 더욱 감동스럽고 진실한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

‘2년전의 오늘’과 ‘오늘’을 들여다 보며 보다 더 행복한 미소를 띄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소망한다.
 오늘을 살며 2년후의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를 겸손하게 상상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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