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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
   
▲ 한익수소장

며칠 전 양평에 다녀왔다. 지인의 출판기념회 겸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양평은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갔었던 곳이다. 양평 하면 용문사, 두물머리를 떠 올리게 된다.

금강산으로부터 흘러내린 물이 모인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의 시작이 되는 두물머리는 사계절이 아름다워 애인이 생기면 제일 먼저 함께 드라이브하고 싶은 곳이다. 오랜만에 찾아가는 곳이라 내비게이션에 의존했다.

김포에서 출발해서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팔당대교를 지나 양수리를 거쳐 지나는 길은 차가 좀 막히긴 하지만 그리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양평 시내에 도달하자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정통 춘천 닭갈비”라는 간판이 붙은 작은 3층 건물 앞이다.

잘 못 찾아오지나 않았나 하고 음식점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한 여성이 묻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오늘 출판기념회 행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예, 저를 따라 오세요.”하며 3층으로 안내한다.

3층에는 강의장이 준비되어 있고 몇 사람이 오디오 장비를 점검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강의장이 거의 꽉 찼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프닝으로 우아한 모습의 남녀가 기타를 들고 나와 부르는 팝송의 하모니는 강의장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이곳이 어떤 사람들의 모임인지 감이 안 왔다. 강의가 끝나고 다과를 겸한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모임의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이 건물 주인인 배나섬포럼 신미경대표는 결혼 후 어려운 살림에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닭갈비 음식점을 시작했다. 어려운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20여 년간 노력해서 이제 “정통 춘천 닭갈비”점을 수도권에 다섯 곳을 운영하는 사장이 되었다.

어느덧 나이 50이 훌쩍 넘었고 이제 아이들도 커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신대표는 많은 워킹맘들의 생각이 그렇듯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게 일의 많은 부분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서울로 공부도 하러 다니고 틈틈이 책도 읽는다.

그리고 음식점 3층을 사비를 들여 개조하여 배나섬포럼(배우GO, 나누GO, 섬기GO)이라는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뜻있는 사람들끼리 주기적으로 모여 시 낭송회나 음악회도 하고 명사를 초빙하여 강의도 듣는다.

이런 모임을 통해서 자칫 현대 문화권에서 소외되기 쉬운 양평시민들에게 문화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시인, 가수, 소설가, 가정주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인다. 평생 돈과 명예만을 좇다가 뒤늦게 후회하곤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신대표의 지혜와 용기는 찬사를 받을만하다. 

하프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는 “인생의 전반에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후반에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라’라고 했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의미 있는 삶이란 부와 명예를 얻고 긴장 없는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전반에 뜻을 이룬 다음, 후반에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나누고 베풀며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신미경 대표야말로 인생 후반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멋있는 사람이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긴 여운을 간직한 체 발길을 돌렸다. 그날따라 양수리 두물머리에 비치는 석양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아침에 솟아오르는 강렬한 태양보다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옅은 구름 사이로 붉은빛을 발하며 아름답게 숨어드는 태양이 더욱 숭고해 보였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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