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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악보란 없다
   
▲ 한익수 소장

얼마 전 100강 포럼에서 ‘오케스트라처럼 경영하라’라는 제목으로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서희태 감독의 특강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과 자세에 관한 강연을 들으면서 급변하는 현대 경영에서 리더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얻는 시간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수많은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이들은 저마다 재료, 소리의 질감, 소리의 크기, 음역, 연주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고 각기 특유한 음을 낸다. 바이올린, 비올라처럼 공연 내내 계속 연주해야 하는 악기도 있고, 연주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심벌즈와 같은 악기도 있다.

최고의 연주를 위해서는 연주자들의 실력이 말해주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역시 지휘자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공연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연주할 단원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책임도 져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연주자를 믿고 능력과 화합을 최대한 끌어내어 성과를 올려야 한다.

19세기 오스트리아 출신의 위대한 작곡자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는 “음악에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 연주자는 제2의 창조자다. 좋은 지휘자는 항상 자신을 보고 연주하라는 사람이 아니라, 단원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맡은 부분을 연주하다가 지휘자의 지휘가 필요해 그를 바라 봤을 때 그 자리를 지키고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조화와 협력을 기본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조직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연주자들 간의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내어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현대 경영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새로운 조직의 태동>에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전통적인 경영 모델은 사라질 것이다. 미래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 갈 것이다.”라고 했다. 악보에는 음표, 박자, 강약은 있지만 연주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이 숨 쉬는 음악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창조성은 없다.

‘창조성’은 연주자 각자의 몫이다. 그래서 같은 곡을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해도 흥미로운 것은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오케스트라에서 악보는 있지만 '얼마나 강하게, 약하게, 빠르게, 느리게' 연주하느냐는 연주자, 지휘자에 따라 달라진다.

지휘자가 악보만으로 완벽한 지휘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자가 매뉴얼 만으로 완벽한 경영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기업이 리더의 경험에 따라 방향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성장해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는 조직 전체가 외부의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기민성과 창조성을 가져야 살아남는다.

직원은 악기와 같다. 경영자는 주어진 매뉴얼대로 일하도록 직원들을 몰아 부칠 것이 아니라 각자 개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의사는 상처 난 부위를 수술하지만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사과는 줄기에 달리지 않고 가지에 달린다. 줄기는 튼튼해서 많은 가지를 지탱해야 하고 뿌리에서 물기와 영양분을 빨아올려 가지에 공급해주어서 가지가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리더는 직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협력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게임의 룰을 세우고 창조적 파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리더가 결국 승리한다. 완벽한 악보, 완전한 매뉴얼은 없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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