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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시화공단으로 몇 달 간 출퇴근 한 일이 있다.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지나다 보면 상습 정체구간이 나온다. 
중동역 부근이다. 여기를 통과하는데 러시아워에는 반 시간 정도는 족히 걸리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번 잘못 만들어 놓은 도로 구조 때문에 하루에도 수만 명의 죄 없는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시화공단 진입로를 지나다 보면 왕복 6차선 중앙에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가운데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이면 도로 중앙에 있는 화단에서 흑이 흘러내려와 도로를 오염시키고, 이것이 공단 전체를 오염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공단 조성이 198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흙은 계속 흘러 내리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입구, 경서동에서 송도 신도시 쪽으로 가는 도로도 마찬가지이다. 건설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도로 가운데 있는 화단에서 흙이 흘러내리고 있다. 도로 중앙화단 구조가 잘못 조성된 것이다. 

화단이 무덤처럼 소복하게 만들어져서 화단과 도로 사이 가이드 블록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구조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김포 신도시 경우는 처음부터 도로조성 표준을 만들어 모범적으로 시공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대로에서 운양동 쪽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을 보면 화단 높이를 가이드 블록 보다 낮게 만들어 원천적으로 흙이 도로로 흘러내리지 않는 구조로 된 것을 볼 수 있다. 

도로를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 때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가 깨끗 하려면 도로부터 깨끗해야 한다.
얼마 전 친구들과 차를 타고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나는데 한 친구가 “서울시청 신청사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건 주변 환경과 너무 안 어울리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곳을 처음 지나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건물은 건축 전문 잡지 공간(APACE)이 건축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최악의 한국 현대건축물 1위’에 뽑혔다고 하니, 처음부터 논란이 되었던 모양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외관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몇 년 안되어 흉물로 전락하는 건물을 짓는 것은 재앙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지 않는 디자인이나 건축물은 나 혼자만 떠들어대는 비협조적인 사람의 모습과 같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북유럽을 많이 찾는 이유는 자연과 건물들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보기 위함이다. 

노르웨이 플뢰엔 산 전망대에서 베르겐을 내려다보면 붉은색 지붕의 건물들이 자연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베르겐 거리에는 16세기 이전에 지은 목조 가옥들이 지금도 아름답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연과 건 구축물들이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강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최적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데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관리의 기본이 되는 것은 원류관리이다. 웅덩이에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정화제를 사용하는 것은 긴급조치이고,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깨끗이 하는 것은 원류관리이다. 

제품을 만들 때 품질관리의 기본이 되는 것도 원류관리이다. 
잘못 만들어 놓고 수리하는 것은 모두 낭비이다. 품질관리 기법 중에 공정품질확보(Built In Quality)란 말이 있다. 품질은 공정에서 확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품질의 기본 개념은 ‘불량품은 받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고, 후 공정으로 보내지도 않는다.’이다. 건물이나 환경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건물이든 제품이든 만들 때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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