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겨우내 발효되었던 탓에 요즘의 김장 김치 맛은 그야말로 성숙된 맛이다.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겨울김치를 쫑쫑 썰어 넣고 한 소끔을 끓여내면 아침조반상위의 김치국 맛은 담백함 그대로 일품이다.

아침도 점심도 그렇게 김치국에 개운하게 밥을 말아먹었다. 뱃속도 편하다.
간혹 행사에 가서 엄청나게 호화로운 뷔페를 대하지만 정작 입에 대는 것은 서너가지이다.

욕심내고 이것 저것 잔뜩 먹었다가는 영락없이 탈 나기가 쉬운지라, 역시 오랜 시간동안 익숙해지고 코드화된 음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점점 더 소박한 밥상이 되어간다. 즐비하게 늘어놓고 먹기보다는 한 두어 가지만 있으면 밥상에 만족감이 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나 아버지나 배가 두둑하게 나오신 모습을 본적도 없고 기억에 없다.

요즘은 모두들 배가 나온다고들 난리이지만 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살던 그 시절에는 기름끼가 많지 않아서였는지 비만이 없었다. 지금으로 보면 웰빙 밥상이었나보다.

그저 밥상을 대하면 투덜거림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본 시절이다. 
밥을 하늘처럼 여기고 나누어 먹던 시절, 밥 한톨도 함부로 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그 입맛들이 요즘 이해가 된다.

시집을 오니, 시어머니는 한 겨울 김칫독 안 김치를 꼭꼭 눌러 에워싸 두었던 군둑내 나는 겉김치를 맑은 물에 씻어 넉넉하게 물하고 된장 한 스푼만 넣고 부글 부글 끓여낸  그 맛을 좋아하셔서 찾으셨다. 그때는 도무지 알 수 없던 그 맛이 이제 새봄의 내 입맛을 당기고 있다.

세월 따라 입맛도 변하고 정말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누구도 입 찬 소리를 말라고 했든가! 자신에게 이루어지는 일들이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누구든지, 무슨 일이든지 쉽게 평가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이 양지라도 내일은 음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오늘 좋은 생각과 생명의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지구의 저쪽 어디인가에도 나무 한그루가 심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내가 오늘 모르는 영역이고 형편 없는 입맛이라 하여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된다. 중학교 가사 실습시간에 처음 해본 카레만들기는  맛도 향도 낯설었지만 언젠가부터 즐기는 향과 맛이 되어서 찾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입맛이 되기도 했다. 
세상사 무엇인지 당장 이해는 안 되지만 또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미루어 두는 일도 좋을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는 뉴스들이‘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나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군둑내 나는 김치 한 쪽에 밥을 말아먹어도 평화가 가득하고 뱃속이 시끄럽지 않은 인생이 가장 좋다. 한 사람이 잘 못 살아온 인생의 굽이굽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세상사 한 귀퉁이에서 참 진실을 묻는다. 
서로 아귀다툼하는 일들이 뉴스라는 꼬리를 달고 나온다. 이에 치여서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행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저러다 죽겠다 싶은 일들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누군가 말 한마디 하면 그대로 녹화되거나 녹음되어 늘 살아있는 말이 된다. 행여 다른 행동을 할라치면 금방 검색하여 일관성 있고 정당한 일이었는지 검증이 실시간 가능하다. 

“김치국에 밥 말아먹는” 소박한 사람들로 살아가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이제 얼마 안남은 선거를 목표로 열심히 명함돌리기를 하는 이가 쉽게 눈에 띄인다. 아주 가까운 듯 인사하는 이들을 만나며 이들이‘선거의 달’올해 6월을 지나고도 이렇게 일관성 있는 얼굴로 다가올 것인지를 상상해본다.

무엇인가 목표를 놓고 달음질 하는 이들은 더더욱 발목 잡힐 일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제는‘꼼짝마라’의 세상이다. 천마디 만마디의 말과 발이 돌아다닌다.

‘세계적’이라거나‘거장’이라거나‘신같은 존재’아닐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소박하게 주어진 시간속의 생명으로 살아가길 소망한다.
어쩌면 세상이 더 투명해지고 있다. 아마도 더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해야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나면 현실이 그대로 되면 좋겠다.
김치국에 밥말아 먹고 난 후에 개운한 맛, 개운한 세상을 소망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