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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안되면 큰 것도 안 된다.한익수 소장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아내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구는 각자 좀 정리했으면 좋겠어. 빨랫감은 왜 내놓지 못하고 방구석에 놓는지 몰라. 책을 보면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안 돼?" 가정주부의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집안 청소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온 가족이 집을 비우면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게 된다. 빨래거리를 치우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각방과 마루, 베란다, 부엌 주변, 화장실 등을 청소하려면 한나절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지치고 허리가 아프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을 듣게 된다.

평생 동안 해야 할 집안청소인데 아내의 애로사항을 좀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개선활동이 머리에 떠올랐다. 모든 개선의 시작은 청소다. 깨끗해야 문제점이나 낭비가 보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저녁식사를 끝내고 간단한 가족회의를 열었다.

먼저 아내로부터 집안청소에 대한 애로사항과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 본 다음, 각자의 청소구역을 정하기로 했다. 부엌과 마루는 아내가, 베란다와 서재 그리고 안방 화장실은 내가 맡기로 했다. 자기가 사용하는 방은 각자 청소하고, 작은방 화장실은 아들이 맡기로 했다.

먼저 집안에 있는 물건들 중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옷가지, 신발, 우산, 모자, 가구, 식기 등을 골라내어 처분했다.  청소가 용이하도록 바닥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정리했다. 바닥에 물건이 놓여있으면 청소하기가 어렵고 허리를 굽혀 물건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픈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내와 함께 솔선하여 시행하니 아이들도 따라왔다. 각자 자기가 생활하는 공간의 환경을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아내의 일거리도 줄었고 잔소리도 줄었다. 청소를 하면서 개선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세탁기 옆에 세탁물 수거용 통을 비치하여 빨랫감을 모으도록 했다.

안전을 위해서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판을 깔았고, 부엌에 칼 꽂이도 비치했다. 지금은 자녀들이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지만 가끔 가보면 비교적 집안 정리정돈을 잘하고 사는 것을 보니,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청소 습관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집안이 깨끗해야 가족의 건강이 확보되고 가족 간의 잔소리가 없어져 화목한 가정이 된다.

가정은 민주시민의 훈련장이다. 자기 생활 주변을 스스로 청소하는 사람은 책임의식이 생겨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민주시민이 된다. 청소도 시켜서 하면 노동이고, 스스로 하면 운동이며 레크리에이션이 된다.  

청소에도 순서와 단계가 있다.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생활화가 그것이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정리이다. 정리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것이다.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자리에 놓는 것이다.

청소는 쓰레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고, 청결은 정리, 정돈, 청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생활화는 정리, 정돈, 청소 상태를 항상 유지하도록 습관화하는 것이다. 이것을 청소의 다섯 단계라고 부른다. 청소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자칫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는 청소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게 한다. 청소를 하면 마음도 깨끗해지고 머리도 깨끗해진다. 아이들에게 열 시간 도덕을 가르치는 것보다 한 시간 함께 청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 정리부터 시작하라.”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총지휘한 미 해군 대장, 맥레이븐 제독의 말이다. 사소한 일을 제대로 못하면 큰일도 제대로 못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일도 책상 정리, 침대 정리 같은 사소한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작은 것이 안되면 큰 것도 안 된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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