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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크림반도의 추억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1999년 여름, 휴가를 얻었다.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동안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세계 제2차 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는 얄타회담이 열렸던 크림반도이다. 

얄타는 우크라이나 최 남단에 위치한 크림반도 끝자락 흑해 연안에 있다. 가족들과 함께 2박 3일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자포로지로 불렀다. 

키예프에서 자포로지까지는 기차로 15시간이 걸린다. 이곳에 온 지 2년 만에 처음 하는 가족여행이다. 지도를 펴가며 고속도로라고 부르기에는 비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크림반도를 향했다. 달리는 도로 주변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평원이다. 

농업이 이 나라의 주업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과 해바라기 밭, 그리고 유채꽃 밭이 장관을 이룬다. 밭의 크기가 보통 몇 십 만평, 몇 백 만평은 되는 것 같다.

공산주의 시절에 집단농장으로 농사를 지었으니 개인 땅으로 작게 분할할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자포로지를 출발해서 멜리토플, 장고이를 지나 7시간가량을 달려 크림반도에 다다르니 장엄한 흑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얄타 인근에 도착하니 해가 많이 기울어 흑해로 지는 석양이 장관이다. 크림산맥과 바다와 하늘이 함께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다. 그리 넓지 않은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흑해가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흘린 땀과 지친 몸을 짙푸른 흑해에 잠깐 담그고는 숙소로 올라오는 언덕,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우크라이나 전통음식인 보리쉬 수프와 흑해에서 잡힌 송어 샤실릭을 곁들여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다음날 아침, 역사의 현장인 얄타 회담 장소를 찾았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 얄타회담 장소였던 리바디아 궁전(Livadia Palace)에 도착했다. 1945년 2월 스탈린 소련원수, 루스벨트 미국대통령, 처칠 영국총리가 앉아서 회담하던 의자와 원탁테이블 위에는 명패가 그대로 놓여있다. 

흑해의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 세워진, 동서 문명의 만남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동유럽과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의 의도대로 좌우됐다니 감회가 남다르다. 

오후에는 크림반도 흑해 연안을 돌아보며 수많은 갈매기 떼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드넓고 검푸른 흑해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가족은 다음날 아침 일찍이 숙소를 나와 흑해로 둘러싸인 크림반도 주변에 있는 성당들과 제비 둥지를 돌아보고 다시 우크라이나 본토로 차를 돌렸다. 

지금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니다. 2013년 우크라이나에 친 러시아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정이 불안한 틈을 타, 크림반도 자치공화국의 친 러시아총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 요청을 하면서, 세바스토폴항에 진주해 있던 흑해함대를 앞세워 러시아 병력이 크림반도에 들어가게 되었고, 주민투표를 유도, 러시아에 귀속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친 유럽 성향의 서부와 친 러시아 성향의 동부로 갈려 항상 민족 갈등을 안고 있던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러시아 편입을 계기로 결국 내전의 양상까지 띠게 된 현실을 보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이 생각난다. 

무실역행(務實力行)의 4대 정신을 강조했던 도산은 “민족의 힘을 길러야 한다. 사람은 제 힘만큼 밖에 달릴 수 없듯이, 민족도 제 능력만큼 밖에 발전할 수 없다. 힘이 있으면 살고 힘이 없으면 죽는다. 

단결의 힘, 도덕의 힘, 지식의 힘, 금전의 힘, 인격의 힘을 길러야 한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알 수 있듯이 힘이 없는 민족은 강대국의 힘에 놀아났다.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 민족의 힘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고질병은 국론분열이다.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힘을 키운다면 우리 민족은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뛰어난 민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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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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