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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엠(MBM) 운동으로 기계 고장을 없애다.한익수 소장

내가 중견기업 H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이 회사는 소형 굴삭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굴삭기를 만드는데 골격이 되는 프레임은 자체 제작하고, 엔진을 포함한 각종 부품은 외부에서 들여다가 굴삭기를 만든다.

그런데 프레임을 만드는 공장은 제철회사에서 두꺼운 철판을 사다가 절단하여 용접 구조물을 만드는 공장으로, 철판을 절단하고 용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공장에 비해 작업환경이 열악하다. 또한 제관 공장에는 용접용 로봇이나 철 구조물을 가공하는 자동화 설비가 비교적 많아 장비 고장도 잦았다.

기계 고장이 한번 나면 장시간 생산 라인이 중단되어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장비 고장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다 보면 보전 요원과 작업자 사이에 항상 이견이 발생한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기계 고장이 나면 빨리 수리하지 못한다고 불만이고, 보전 요원은 평소에 기계를 잘 관리해서 고장이 안 나도록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현장을 순회하면서 기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기계 주변에는 철 가루가 쌓여 있고 기름도 흘러내린다. 장비 고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문득 생후 6개월 된 손자 생각이 났다.

아기들은 잘 놀다가도 가끔 울어댄다. 아기는 왜 울까? 가만히 살펴보니 아기는 보통 배가 고프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졸음이 올 때 운다. 라인 중간에 서 있는 용접용 로봇과 어린아이를 한번 비교해 보았다.

섬광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월요일 아침 조회 후 직원들을 교육장에 불러 모았다. 장비 고장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안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싶어서였다. “직원 여러분,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공장의 고질적 문제인 장비 고장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어린아이는 평소에 잘 놀다가도 배가 고프거나 불편한 데가 있으면 웁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는 우리가 적기에 기름을 안 주거나 찌꺼기가 쌓여도 울지를 못합니다. 울지 않는다고 계속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고장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매일 아기들을 씻기면서 혹시나 피부에 이상이라도 있는지를 자세히 살핍니다. 장비 고장을 줄이려면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이 우리 아이보다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적기에 기름을 주고 깨끗하게 닦아 주어야 합니다. 공장 단위로 어린아이보다 더 세밀하게 기계를 보살피는 방안을 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그 후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며칠 후 현장을 돌아 보다가 용접용 로봇에 붙어있는 ‘갑돌이, 갑순이, 현숙이’ 이름표를 발견했다. “김 직장, 이게 뭐예요? 예, 사장님. 저의 직에서는 자기가 사용하는 기계에 자기 아이 이름이나 애인 이름을 써 붙여 놓고, 어린아이처럼 기계를 세밀하게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우리는 이 활동을 엠비엠(My Baby Machine) 운동으로 명명했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이 아침 작업 시작하기 전에 15분 동안 각자 자기가 사용하는 기계를 청소하면서 점검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작업 도중에도 수시로 기계를 살펴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이 운동 전개 후 장비 고장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먼지 없는 깨끗한 공장이 되었다.
 
2014년 봄 한국무역협회인 김재홍 회장께서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 뿌리산업진흥센터 직원들과 함께 이 회사를 방문 후, 우리나라 제관 공장 중에서 가장 깨끗한 공장이라고 극찬을 하셨다. 그 후 전국 뿌리산업체 직원들의 투어 코스가 되었고, 덕분에 나도 뿌리산업진흥센터 자문 위원에 위촉되기도 했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내 몸은 내가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사용하는 설비는 내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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