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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심은 ‘RBPS사과나무’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7.12.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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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익수 소장

몇 해전 오랜만에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지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였다.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 방문은 처음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다. 왜냐하면 그곳은 필자가 해외 주재근무 했던 첫 번째 나라이자, 동료들과 함께 유난히 많은 고생을 했던 추억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벌써 10 수 년 전의 일이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어느 날 갑자기 우크라이나와 대우의 합자 자동차 회사인 오토자즈공장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다.

직항노선이 없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낯선 땅,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가는데 12시간이나 걸렸다.

공장까지 가려면 다시 4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키예프공항에서 국내선을 기다렸다.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 한 대가 서서히 다가온다.

마구간처럼 통나무로 된 입구에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이 꽉 찼는데도 비행기는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몇 사람이 추가로 올라온다.

감청색 제복을 입은 갈색 눈동자의 아름다운 여자 승무원이 통로에 접의자를 편다. 그래도 자리가 부족하니까 몇 사람은 선 상태로 비행기는 활주로를 향해 움직인다.

난생처음 입석 비행기를 탄 것이다.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 기내 온도도 영하 10 도는 되는 듯하다. 바람소리와 비행기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슴을 조이며 회사 인근에 위치한 드니프로 뻬뜨로부스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마치 캥거루가 뛰는 것처럼 활주로에 착륙한다. 내려보니 활주로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아니고 정방형 보도블록으로 깔려 있다. 직감적으로 이 나라의 생활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회사에 도착해 현장을 돌아 보았다. 90년대 초 구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된 후 폐쇄되었던 낡은 공장이다.

공장 내부는 곳곳에 물이 새고, 조명도 고장이 나서 어둠침침한데, 개 몇 마리만 어두운 공장 안을 활보한다. 과거에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이라고는 하나 벌겋게 녹이나 있는 낡은 설비들이다.

종업원은 2만 명쯤 되는데, 대부분 고령 인력으로 모두 휴직 상태였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는 3년 동안 밤낮과 주말도 없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

폐허 같은 공장을 현지인들을 설득해가며 매일 쓸고 닦고, 새로운 설비들을 갖추어 신차 생산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공산주의 사회에서 획일적으로 훈련되어 시키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는 근로자들에게 책임의식과 창의적인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 'RBPS경영혁신' 운동에 많은 열정을 쏟았다. 회사가 정상화될 무렵, 우리는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사태로 50여 명의 주재원들과 가족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크라이나를 떠나와야만 했다.

이렇게 남다른 추억이 담긴 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니, 마음이 설레 일 수밖에 없다. 회사에 도착하니 과거 함께 고생했던 옛 현지 동료들이 뜨거운 포옹으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후에 현장을 돌아 보면서 깊은 감회와 찐한 보람 같은 것을 느꼈다. 그렇게 열악했던 공장이 우리나라 어느 공장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공장이 된 것이다.

현지인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추억에 담긴 많은 정담을 나누었다.

공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칭찬을 했더니, 생산기술임원인 ‘쿤칩’은 “디렉터 한이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RBPS 경영혁신 운동’은 우리들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 격이 되어서, 이것이 회사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척박한 땅에서도 ‘RBPS 사과나무’는 잘 자란다는 것을 확인하고 뿌듯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자포로지 공장을 떠나왔다. 심은 대로 거둔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과 아름다운 추억이다.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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