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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어지면‘없어진다’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우리의 삶은 날마다 흘러간다. 쓸모가 있어 옆에 두고 있던 것들도 어느 순간에는 용도를 다하고 흘러간다. 
한동안 써오던 중고 냉장고가 너무 요란한 소리가 난다고  딸아이가 자신의 용돈으로라도 교체를 하자고 하며 인터넷 구매창을 열고 검색에 들어갔다.

그렇게 소리가 요란한가 다시 한번 들어보니 귀가 윙윙거리는 것은 분명하다. 밤이면 고요한 지라 더 신경이 쓰인단다.
“엄청난 소음인데도 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미안하다 딸내미”

살다보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살고, 그보다 더 급한 일들이 있다고 우선순위를 두고 살다보니 그리 되었나보다.
뭔가 대체하거나 수선할 일들이 자꾸 나타난다. 

수명을 다해가는 것들은 그것만이 아니다. 하나 하나 10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 한 것들은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고치고 써야 하거나 다시 또 다르더라도 쓸모 있게 가는 과정이 존재한다.

어느 사람도 그렇지만 사물이나 다 함께 있게 된 데는 사연이 있어 옆에 있게 된다.
그런 작은 스토리와 함께 있게 된 것들은 때로는 애착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을 사람을 대하듯이 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실 들여다보면 원래 냉장고는 냉장고가 아닌 우주의 한 물질로 있던 것들이다. 그것이 어느사이 조합이 되어 여러 물질이 한 형상을 이루고 우리를 이롭게 한 것들 아니겠나!

옆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한 쓸모가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은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옆에 있는 것, 때로는 그런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언제나 그 곳에 있는 이발관, 그리고 작은 동네슈퍼, 100년 이상의 스토리가 있고 오래된 학교 운동장, 그리고 건강하셔서 작은 야채꾸러미를 팔고 있는 할머니, 우리 곁에는 우리의 정서를 안정되고 행복하게 하는 여러 좋은 보배로운 에너지 보고가 있다.

새롭고 좋은 것들로만 세상이 꾸며진다는 것은 겉보기는 좋을지라도 때로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를 연상시킨다. 새로운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만도 아니요, 함께 어우러지는 것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의 삶이요 힘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 속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각각 몇 %씩 존재하며 서서히 이동해가는 것이다. 과거의 에너지에 더 속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현재의 시점에 준한 삶을 구가하는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고 살고 싶어하는 미래향을 삶으로 구현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시점이든 그 곳에 필요한 존재와 에너지로 살아가는 것이고, 지속적으로 쓸모가 있는 삶이 필요하다.
용도가 다하고 필요가 다하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이리 저리 한 용도를 다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활용의 길이 나오는 것이야 말로 순환의 법칙 아닐까 한다.
한 용도로만 생명을 다하고 쓸모가 없어져서야 될 것인가!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사명을 찾아 떠날 일이다.
젊어서 할 수 있는 일이 100이고 점차 기력이 줄어서 할 일이 10이라 하여도 낙심하지 않을 일이다.

100에도 허수가 있을 수 있고 10이라도 완전함이 있을 수 있으니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그릇의 용도를 다한다면 완전함에 이르는 것이리라.

모처럼 저녁 일을 마치고 아들의 거처를 찾아가서 사무실도 둘러보고 한 방에서 한 밤을 잤다. 매우 이른 아침, 조반을 해서 상을 펴고 둘이 앉았다.

볶은 김치와 김 조각을 놓고 먹어도 아들과 마주한 밥상은 그렇게 달고 맛나는 꿀밥이었다.
이른 새벽밥을 어미와 먹던 아들이 말했다.

“어머니, 쓸모 없는 것들은 진짜로 없어지는 날이 와요”
왜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아들은 늘 삶의 긴장과 탄력을 어미인 내가 놓을까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는가보다고 속심으로 느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암으로 어미를 잃을 뻔 했던 아들이다.

그 아이가 3년을 작정하고 인도로 가면서 신께 무릎꿇고 빌던 기도는 짧은 단 세마디였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 제가 다녀올 3년, 아니 30년, 손자의 손자를 볼 때까지 살아있게 해주세요!”그리고 16년이 흘러갔다. 

그 기도는 곧 하루하루의 삶이 되었고 쓸모(사명)를 찾아 끊임없이 길을 가는 이유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모두를 위해 유익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일들이 우리에게 사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할 일이 남아 있고 쓸모가 있는 한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쓸모가 없어지면 없어진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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