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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결 빗자루를 들고
   
▲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어느 사이 마당에 단풍 들었던 계수나무, 울타리 나무들에서 잎사귀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해마다 잎은 봄에 태어나 나무와 함께 여름내 있다가 가을의 때가 되면 그렇게 자신의 몫을 다한 듯이 내려앉는다.

삶의 끝이 하루가 되건 수 십년이 되건간에 우리도 늘 자신이 어떻게 살다가 내려 앉으면 좋은가라고 스스로 물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닐까!

싸리비로 마당을 쓸어 볼때면 손은 빗자루와 함께 있고 마음을 빗질하고 있는 자신은 따로 있음을 본다. 
어릴 적 마당가에 서 있는 옛적 내 자신의 소녀 모습도 만나고 미래에 손자손녀들이 찾아와 할머니를 정겨이 부를 때 따뜻한 미소로 반겨줄 그 모습도 상상된다.

우리들의 정서가 한동안 더 억압되고 힘들었던 이 여름의 기억을 쓸어내고 싶다. 가을의 풍성한 기운을 입고 느끼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 한 켠에는 아직도 뭔가 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두려움들의 조각이 있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행여 전쟁의 발발로 현재의 자신의 모든 성취가 다 무위로 돌아갈까를 걱정하는 기류가 너무도 컸다.

한 분은 사업차 외국에 있을 때 천안함 사건이 터졌었다고 했다. 
한반도의 상황은 이 가을 다시 자신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이기고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볼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두려움의 크기와 고통의 크기가 매우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느낀다.  

나라 걱정만이 아니라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나 걱정을 가져다주는 일이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이들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깊숙한 슬픔이나 해결되지 않는 분노와 같은 정서적인 압박감이 우리들의 삶을 경직되게 한다. 

스스로 우리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거나 예측불가능한 재앙의 잠재성에 대한 두려움, 이 감정은 태어나서 세상을 시작하면서 죽는 날까지 개인적인 차는 있겠으나 날마다 혹은 어느 결에  우리 곁에서 작용한다.

이를 알아차리는 순간마다 바로 떼어내고 빗질하고 쓸어내야할 것 같다. 
두려움이 계속 생산되는 세상살이를 살면 몸과 마음이 원하지도 않는 스트레스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다.

순간의 행복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긴장을 주니 살아도 사는 것이 못된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을 빗질하고 씻어내지 않는 한 어떠한 행복도 승리도 온전하게 누릴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16년차 생존자의 그룹에 속하는 날들에 감사하며 깨달은 점 한가지가 있다.
암환자로 분류되고 그것도 실험대상자로 분류되었을 때 그때 개인적으로는 이미 전쟁상태였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언어들을 한 발 두발 밟고 걸어가야 했다.

“사느냐, 죽느냐!”를 바라보며 내가 있으면 세상도 있고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시간이다.
그때 두려움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건넨 말들이 있다.

“암이든지 말든지간에!”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면 이상하리만치 담담해지면서 안정감이 찾아왔다. 

세상사 다 알아야 사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벌려놓은 세상사를 모두 다 해결하고 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얼마 안 된다. 
반가운 만남, 그래서 하루하루가 반가웠고 행복했다.

그렇게 날마다 빗자루를 들고 마음을 쓸어내며 살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을의 노란 들국화 한 송이를 만나도 미소가 번져 나왔다. 

높고 낮은 사람이 없고, 천하고 귀한 산도 없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뿐.
순간에 본 그대로 누리고 받아들이고 애써 이면의 불순한 생각을 할 필요란 없었다.

그 이후 가장 많이 들어본 소리중의 하나는 “순진하다”는 소리일거다. 
한 방울의 물도 물이고 바닷물도 물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 생명이 한 방울이 될지 바닷물에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같은 물이라는 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날마다 스스로 어떤 부분이 두려움과 긴장에서 해제되지 못한 채일 때, 사는 날까지 살아야 하는 우리는 날마다 전쟁나려는 마음을 빗자루로 쓸어가며 살 일이다.

일단 빗자루를 들고 내 주위 먼저 쓸고 나면 참 개운하다. 그리고 다시 살만하다는 생기가 돋아온다. 7천만이 그렇게 깨어있으면 어둠과 두려움은 결코 우리를 사르지 못한다. 구름가듯이 흘러가고 높은 하늘을 우리가 누릴 것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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