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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열매를 먹지 않는다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

가을이 되면 언제나 어김없이 만물이 여물어간다.
마당가에 심은 16년차 대추나무를 흔드니 후두둑 후두둑 대추알이 떨어져 내린다.

자연이 주는 단 맛은 지나침이 없다. 한 입 베어 물으니 그대로 행복이다.

물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사계절 한 해를 살아내며,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어 때를 따라 나누어 주는 자연의 모습, 익으면 남이 먹도록 내어주는 열매는 자연의 이치이다.

나무는 제 스스로 열매를 맺어 다 내어준다. 다 익은 열매들은 나무들로부터 떨어져 내린다. 자신의 열매를 나무는 먹지 않는다.
열매란 자신만이 먹으려 욕심내지 않고 주는 것이어야 함을 알게 한다.

밤이 여물든 대추가 그러하든 사과 한 알이 익어가든 한 해마다 익어가는 모습들은 엄숙함이 있다.
때로는 나무처럼 그렇게 말없이 묵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무는 천년을 살고 사람은 일백년을 못 산다.

사람으로 살기란 늘 그렇게 벅찬 일들이 많다. 벅차다는 생각으로 살다보면 아픔이 되어 병도 나고 그렇게 가노란 말도 못하고 내일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람이 욕심이 있을 때는 그것이 열정인 줄로만 아는 경우도 많다. 물론 선한 욕심이라는 생각으로 돌진하는 일들도 많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렇게 살지 않아도 참 좋았겠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이 가을엔 또 한번 돌아볼 일이다.
살아 낸 시간을 돌아보면서 꼼꼼하고 참으로 좋은 모습의 자아상을 많이 발견하고 만난다면 정말 그윽하고 감사한 일이다.

겉모습의 크기와 화려함에 눈 속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인연과 일들은 기쁘게 맞아들이고 자신의 삶이라 받아들여 살아도 좋다. 스스로 순리 안에서 사는 모습을 찾아 나서고 욕심일랑 고삐를 늦추어가며 살 일이다.

‘더 바쁘고 많이’ 보다는 더 진실한 밥을 차곡차곡 먹을 일이다.
한 끼를 벌어 한 끼를 먹어도 행복해야 한다.

만 끼니를 축척해두고도 근심의 밥, 원망의 한숨으로 걱정의 밥 한 끼를 먹고 사는 것은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다.
된장에 고추장 하나를 푹 찍어 먹어도 단 밥을 먹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어디가 되든지 어떤 순간이든지 어떤 의미에서는 큰 수도원이다. 더욱 경건하게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아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서로 날이 선 공방으로 핵전쟁의 언어가 세상에 난무하는 한 복판에 살면서 제대로 살아보는 일은 하루 하루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기운으로 나쁜 파장의 에너지들을 극복하고 사는 일이다.

헤드셋을 끼면 마치 소음이 차단되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은 채운다고 채워지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허울 좋은 가식과 걱정에 눈을 파는 순간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향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놓치고 헛된 순간으로 흘려버린다.

나무가 그러하듯 버릴 것과 가질 것, 떨구어 낼 것들을 알아차릴 뿐, 인생도 나무와 다를 바 없다. 고단하고 힘든 날, 쓸쓸한 길과 허약함이 많은 것이 이 세상을 걷는 삶일 지라도 살아있는 마음으로 만나는 세상은 날마다 새로움이다.

나무의 침묵을 최상의 언어로 바라보며 살 일이다.

나무는 말이 없어 좋다. 말폭탄으로 넘쳐나는 죽음 같은 세상이지만 나무는 오직 바람불면 잎새만 바람을 맞아 잠시 흔들린다.
사람도 때로는 침묵하는 날도 있어 날마다 세상을 말로 살기보다는 눈으로 더 많이 살다 갈 일이다.

밝은 아침을 만나면 날마다 “돌아보면 사랑하고 살았고 감사하고 덕분에 살았던 좋은 날들이 삶의 전부였노라”고 고백하며 이세상의 한 일원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어떤 죽음의 순간일지라도 순하게 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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