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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 배운 문화행동정현채의 김포문화 읽기(8)

1992년도에 통진고등학교 독서토론 “터”동아리 학생들과 통진읍에 있는 서암리 들판을 거닐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집 주변에 있는 겨울들판에 삼삼오오 모여 둑을 태우기도 하고 쥐불놀이를 하던 이야기를 한다. 어떤 때는 벼 짚단 속에 부탄가스를 묻고 불놀이를 하면서 부탄가스가 터지게 했다는 위험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들에게는 계절에 따라 자연이 곧 놀이터가 되며 그 속에서 우리세대와는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들판이 있으니 들꽃을 볼 수 있고 강이 있으니 조개를 잡고, 길이 있으니 걸어가는 이야기가 있듯이 사람들은 어렸을 적부터 주변의 자연형태에 따라 삶의 이야기가 다르고 경험을 통한 문화 본질의 토대를 갖게 된다. 자연뿐만 아니라 동네와 이웃, 또는 학교와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배우고 닮아가는 것도 자연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내면의 마음과 정신에 개인의 문화자산으로 남아 가치관을 형성하게 한다.

고교시절 백제문화재를 선생님과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준비하는 일이 좋아서 축제준비에 참가했다. 지금은 홀수년도에는 공주에서 짝수년도에는 부여에서 교대로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때는 부여에서 매년 준비한 것으로 기억한다. 1977년 백제문화재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백제왕과 군사들의 가장행렬 준비는 왕은 부여고교에서 준비하고 선화공주는 부여여고에서 준비하여 학생들이 만들면서 참여하는 백제문화재가 나에게는 문화와 축제에 관심을 갖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

백제문화재 준비를 도우면서 만난 분이 홍재선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당시 필자의 모교인 부여고교에서 국사를 담당하셨고 백제문화재 준비로 밤샘을 할 정도로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선생님들과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교실 수업과 동아리 활동 및 백제사 연구와 지역문화 행사에 열정을 쏟으시며 준비하고 생활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평생 영향을 받게 될 줄을 그 때는 몰랐었다.

선생님은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을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가장행렬에 포함시키고 나는 계백장군 군사들이 쓸 깃털 모자를 만들고 백제 스님 행차에 사용할 승복을 친구들과 사찰로 빌리러 다니던 기억들이 새롭다.

백제의 마지막 왕이라는 별호를 얻으셨던 연재 홍사준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선생님 댁에서 연등을 만들 때에는 선생님 어머니께서 국수를 내오시고 사방에 책과 각종 자료로 채워진 서재를 보며는 눈은 포만감으로 가득차곤 하였다.

배운 것과 알고 있는 것을 학생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지역문화 행사에 몸으로 보여주신 선생님은 지금 김포에서 작은 문화실천을 하는 필자의 씨앗이 되고 정신이 되었다. 그리고 교사에게 교실은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도 크게는 교실임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몸으로 가르치는” 배움과 은혜에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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