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아들이 독립을 하고 마련한 것은 집이 아니라 작은 방 한 칸을 독립적으로 빌려 사는 것으로시작되었다. 
머리가 크고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더니 그렇게 독립의 길을 택했다.    

좋은 가옥은 아니지만 마당이 있는 집을 두고 작은 방을 얻어 나갈 때 섭섭한 마음이었지만 연약하게 둥지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고 날아오르려는 모습이라 여겼다.

우리 세대는 집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개념아래 살아왔지만 우리 아이들 시대는 월세, 전세를 비롯해 다양한 삶과 의식주의 새로운 형식을 가지고 시작하며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며 살아간다.

모처럼 생일이라는 명분을 꺼내 가족끼리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최고의 호사라고 여기며 아들의 방한 칸의 공간으로 찾아갔다.
37년전 내 청년시절에 열 두평 아파트가 떠올랐다. 다시 아들의 빌린 방 한 칸의 시작. 그래도 나도 살아냈기에 아들의 시작에도 묵묵한 박수를 보낸다. 

그 방 한 칸을 마련하기까지도 1년 반의 시간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그 밤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나서 얻은 복이라 그런지 아들은 촌스럽게도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샤워하라고 자꾸 말했다.

저녁나절 비빔밥, 빙수 한 그릇에 족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있고 이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 아이들이 배워오는 세상에 대해 나도 간접적으로 배우며 스토리에 진지해졌다.

아들의 방은 간단한 가재도구들만 있을 뿐 그 무엇 하나 사치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식탁대신 작은 상을 펴고 식구들이 책상다리하고 둘러앉아보는 일도 참 오랜만이다.

아들과 온 식구가 누워보며 방안에 발도 쭉 뻗고 두세 사람은 더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말하며 모두 웃었다.
세상사는 다 긍정하기 나름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있으면 그 자체가 지상의 축복이니 아무것도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었다. 앞에 있으니 그리워할 필요도 없고 같이 손잡고 누우니 그대로 가족의 살결이 닿는 품이었다. 한 밤을 정말로‘흡족한 가족 잠’을 푹 잤다.

아침이 되자 아들이 말했다.
“때로는 작은 방이 주는 축복이 있다”고. 

가족이 한방에서 숨쉬고 자고 나니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좁으면 좁은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같이 비벼가며 살아가노라면 손 가까이에서 느껴지고 만져지는 행복이 있다. 

가족과 같이 둥그런 밥상에 둘러 앉아 음식타박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자랐던 우리들 세대는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함으로 밥도 먹고 세상도 인내하는 힘을 배웠다.

아들이 우리들이 자라던 그 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의 공유가 신기했다. 
나이와 시대를 넘어 서로의 아픔과 노력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참 고맙다.

베이비붐세대, 우리들이 자라던 시대에도 아무것도 없으면 신문지를 깔고 앉아 먹는 밥도 즐겁고 맛도 좋기만 했다.
람은 누구나 상황과 환경을 따라 산다.

어릴 적 그리운 기억을 돌아보면 6남매가 한 방에서 먹고 자라며 저녁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던 기억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싸우고 볶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한 방의 공유의 경험은 모든 일에 서로 여유와 틈을 허락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했다.
고추장에 반 한 그릇을 쓱쓱 비벼먹어도 배 속 편하게 살던 날들은 ‘나’와 ‘우리’가 공유되던 날들, 축복이었는지 모른다.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것은 내 앞에 있는 이들을 나보다 더, 혹은 나처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리라! 그래야 우리의 삶이 더 깊어지고 익어간다. 

오늘도 세상은 문 열고 나서면 늘 나보다 내 앞에 서 있는 그를 더 내 마음처럼 이해하고 사는 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그 사람의 스토리를 알고 나면 사람이 달라보인다.

오늘 내 코 앞에서 나와 같은 공간, 그것이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앞에 서 있는 이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누리면 그것이 지상에서의 큰 복을 누림이라고 꼭 알아차릴 일이다. 

집의 구조는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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