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하면서도 왠지 이야기를 하면 잘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의 사람이 있고, 다소 인색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기억된 사람들을 자연스런 기회가 되었을 때 만나게 된다.
하지만 처음의 그 사람의 이미지가 아주 많이 바뀌는 사람도 있고 매우 느끼한 감을 지울 수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겉모습과 달리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듣게 되거나 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경험, 그 경험이야말로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본질을 만나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일전에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심장 뛰는 소리가 상대방에게 전해질 때 참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 어록에 집어넣어야 할 이야기라며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사람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할 때 그때는 참 진지하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어떤 생각의 틀을 가지기까지는 세월이 그 사람의 가슴에 새겨놓은 무엇인가가 있다.
그렇게 사람은 삶 속에서 가치관을 형성해가고 삶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또 그 모습이 인상으로 새겨지고 나타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나 청소년기 때 또는 청년기 때 정말 잘 생겼던 사람들도 시간의 강을 지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이 되어 있거나 모습이 달라 보이는 것은 삶의 무게와 다르지 않겠지만 대부분 못생긴 듯하고 무던해 보이는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친근감이 들고 친밀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며도 왠지 탁해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맑게 사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을 만나면 청량감이 느껴진다.
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릇된 사고를 가지고 사기를 치지는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3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았다는 어떤 김포사람은 김포 구석구석의 땅이 질흙인지 마사토인지를 다 알고 있었다. 어찌 그리 잘 아는가 물어보니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 온갖 장사를 다 하면서 김포를 돌아본 탓이란다.
지금도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점점 그 사람이 멋있어지고 높아만 보였다. 그는 자신이 심어 놓은 고구마 몇 알을 들어 보이며 결실을 말했다.
모든 것이 다 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결실이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늘 우리들의 가난한 그림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문자를 쓰면서 위대한 언어의 나열은 아니지만 인상이 달라져 보이는 그의 이야기는 참 구수하기만 하고 그의 건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그는 매우 부자인 중년이다.
그가 내게 전화를 했을 때 매우 행복하지 못했나 보다. 자신에게 왜 이리 힘든 일이 이다지 계속해서 터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나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정말 억울하기도 하고 울분이 터져 원망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물벼락을 맞더라도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리라.
물벼락 친 사람도 원인이지만 더 넓은 의미로는 나 자신 그 자리 그곳에 있었던 까닭으로 원인을 찾는 것이 해답이 빠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해맑은 우리들의 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영양가가 아닐까?
그런 모습으로 내 심장박동 소리가 상대방에게 건강하게 들릴 때 그에게도 힘찬 기운이 흐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인봉 여성의전화 공동대표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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