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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이사 | ||
오월만큼 환상적인 향기가 있을까?
늦은 일로 귀가하는 딸 아이를 마중 나갔다.
밤이 깊어가는 시각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아카시아향이 달빛과 하모니를 이루며 향기나는 어둠이 깊은 세상으로 이끈다.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기쁠 수 있고 설명이 필요없는 감동도 있다. 너무 좋아도 와락 눈물이 난다.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래서 늘 행복을 옆에 거느리고 사는 지도 모른다.
조금 불편하게 살면서 조금 더 행복한 일도 있다.
성장이 목표가 된 사람보다 행복이 목표가 된 사람들이 누리는 복이 있다.
이대로 좋은 세상을 저 높은 성장의 눈금과 그 힘만을 추구하고 바라보며 ‘지금 여기’의 행복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발로 성큼 성큼 걷지 않으면 결코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세상도 있다.
가능하면 온 몸과 마음으로 흠양하고 살아가는 삶을 사는 이들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역세권으로 더 가까이 가는 삶을 권하는 사회와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분명히 그것은 언젠가 ‘구토를 유발하는 어느 날’을 만날 수도 있다.
바람의 향기와 소리를 몸과 코로 느끼는 순간의 오감을 통한 행복은 외로움도 고통도 자유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오롯이 혼자 바라보는 또 다른 신비한 세상이 존재한다.
결코 카메라의 앵글로 찍고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어 가슴으로만 담아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오묘한 것들이 영혼의 에너지를 불러내 춤추게 한다.
오직 숨결의 향기로만 느끼고 가슴에 오래 남는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향기는 오월이 주는 축복이다.
슬픔도 한 순간에 흘러가고 그 수려한 언어들도 언젠가는 이슬처럼 마르거나 흩어진다.
오직 순간에 만난 아름다운 자연과의 교감만이 우주에 온 자신에게 주어지는 진정한 선물이다.
향기로 가득한 오월, 찔레꽃향기 고운 시간에도 삶은 아침을 지나 저녁으로 향하고 애절하게 아침이 오는 것을 만나지 못하는 인생의 유한함도 있다.
중환자실을 왔다 갔다 하며 임종을 마주하던 여든아홉 어머니와 가족이 있다.
어머니의 일생, 7남매를 시골에서 키우며 결코 살림살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빈틈을 다 메워가며 수고한 손길의 이력을 하늘이 알고 땅만이 넉넉하게 알아줄까!
하염없는 눈물보 쉰 살 막내 딸의 눈물바람, 어머니는 잠시 말짱하게 기억이 돌아오자 신발과 꽃을 달라했다. 바람 한 점에도 빚지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
꽃을 찾는 어머니의 가슴에 오월에 만개한 각양각색의 꽃다발 한아름과 새 신발을 안겨드렸던 딸에게 어머니는 “꽃향기가 좋다”고, 하얀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박아달라고 했단다.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 잠시 이생의 꽃을 찾는 여든아홉 어머니는 한 인간으로서 마침내 자신을 이기고 꽃처럼 가시고자 했을까!
어둠에 물들지 않는 꽃처럼 살고 싶었던 어머니의 저 깊은 속인생의 간절한 바램과 향기가 오월의 꽃에서 나는 향기만 같다.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 앞에서 품격을 결코 잃지 않으려는 한 어머니의 끝없는 인내와 알아차림이 바로 참 인생을 산 참스승의 모습이다.
우리들 어머니들은 사느라 바빠 그렇게 향기를 맡을 시간도 없이 자신이 누군가를 살리는 살아있는 향기로만 사셨던 것은 아닐까!
날마다 새 신발을 신고 오월의 향기 가득한 땅을 밟을 기회를 만난 듯, 사뿐사뿐 구름 위를 걷듯 살 일이다.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오월의 딸이 되어 시선 가는 곳마다의 꽃길에서 만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를 흙에서 맡고, 바람이 가르는 빗방울에서 맡고 사람에게서 맡을 수 있다면 한세상의 길고 짧음없이 족하리라!
한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와 삶은 다른 이를 살리는 또 다른 생명의 향기이다.
오월의 향기가 자연에서도 나고 사람에게서도 풀풀 나면 좋겠다.
향기가 나는 이들을 모두 스승삼아 살 일이다.
모든 고통을 다 녹여낼 오월의 향기를 품은 딸로 늙을 순간도 없이 순간을 영원처럼 살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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