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어릴 때는 방에서 무심코 마당을 내다보는 시간이 있었다.
마당은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놓은 땅이다.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 등 집의 앞뒤에는 저마다 무심한 풀들도 자라고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있었다. 크지 않은 흙집에서 가장 큰 방이었던 안방은 가족공동체가 때로는 좁은 듯 서로를 마주치며 소화해가며 살아가는 삶의 공간, 지금처럼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비좁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마 마당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안방은 창호지로 바른 문으로 일 년에 한 번은 새로운 창호지로 문을 발랐던 것 같다.
둘 안에 핀 꽃잎을 따서 넣기도 하고 손바닥만한 유리창을 두어 밖을 내다보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기르던 삽살이 강아지가 컹컹 대면 그 작은 유리창에 눈을 대고 손님이 오는 지도 살펴보고 누구라고 대상을 정하지 않았지만 누가 오실까하는 설레임으로 햇살 바른 마당가에 눈길을 두던 생각이 난다. 
“사람의 집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으면 그 집은 안 되는 집이다”라던 아버지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마당을 거쳐 드나들었다. 바깥마당은 가을 추수를 거두어 들이는 곳이기도 하고 볏더미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탈곡을 하던 곳이기도 했다. 
집안의 잔치나 큰 일이 있을 때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차일을 쳐서 손님을 접대했다. 농악대가 놀던 터요. 더운 여름날 저녁 더위를 피해 온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던 멍석위에서 먹던 달큰했던 옥수수 맛!
뒷마당의 장독대와 우물물의 시원한 맛 등 마당은 살아 숨 쉬는 생태였고 사계절이 우리에게 닿은 자연이었다.
그렇게 안마당 바깥마당이 있던 집들이 60년대식 우리들의 삶이었다. 돌아보면 우리도 모르게 어쩌면 웬지 모를 마음의 여유가 그런 주변에서 온 것들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모두 밀집한 공동주택에서 한가로이 마당가에 눈을 두고 살기에 바쁜 세상이다.
요즘 누군가가 ‘마당이 있는 삶’은 소수의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우리와 우리의 마음에는 마당이 없다. 
마당을 밟아보는 시간속에서 돌아보는 풀 한포기의 생명력을 관찰하는 한가로움이 없다. 마당가에는 약이 되는 풀도 있었고 나뭇가지사이로 바라보는 달빛도 있었건만, 인공으로 조성된 시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머물며 어디로부터 오는지 잘 알수 없는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무심히 바라보던 시간도, 돌아보면 우리들의 생기복덕의 터였던 마당이 우리에게 멀어졌다.
신도시 아파트로 몰리는 경제적 관점이 더불어 숲으로 난 길을 가진 낡은 아파트의 가치보다 훨씬 우선하는 세상에 무슨 마당 타령인가 하겠지만, 마당이 있는 삶,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은 유한한 우리들의 삶에 있어 결코 사치가 아니다. 

조금 불편해도 도심에서 먼 곳에 작은 다섯 평의 소박한 집을 지은 이가 그렇게 행복해 보였다. 때로 우리가 머무르는 곳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작은 부분이라도 살아보는 일에 용기를 내 볼 일이다. 요즘 붙인 취미로 건축 박람회가 있으면 찾아가본다. 
각종 건축 재료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마당이 있는 집을 상상하며 이리저리 지어보는 상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 멋진 옷을 고르는 일보다 그렇게 멋지고 신나는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다.     

마당가가 있는 삶, 우리가 아스팔트를 떠나 다시 자연을 찾고 흙을 밟으러 산을 향하는 것이 마당을 회복하고 싶은 저 깊은 요구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마당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집과 맞닿은 공간이라는 개념이상의 쉼표이자 여백, 삶을 완성하는 시공간이기도 하다.

마당은 비단 우리의 의식주의 한 부분일 뿐이었을 뿐만 아니라 회복과 여백의 상징이기도 하다.
좀 무심히 앉아서 마당가로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이 흙과 맞닿아 튕겨지는 그 흙내음을 맡고 바라보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삶은 누리는 자의 것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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