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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단식과 소식이 필요하다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다.
감기란 것이 육신만의 아픔이 아니고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할 때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이번에 더욱 느꼈다. 지독히 좋을 듯한 일이나 아니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연신 이생각 저생각이 꼬리를 물고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며 머리속은 온통 여러 생각들로 꽉차 있었다고 느끼고 있다.

가슴이 타는 듯한 아픔이 지속되다가 이내 기침 가래 콧물이 연달아 나오면서 고통스럽다. 그 추웠던 겨울을 차분하게 잘 보냈는가싶었더니 봄꽃이피고 봄향기가 고운데 이 모양이 됐다.

오히려 모든 순간의 삶을 잘 알아차릴때는 문제가 안된다. 꼭 방심이 문제다.
밥도 꼭꼭 씹어먹을 때는 문제가 안된다. 무엇엔가 정신을 빼앗기고 밥이 어디로 들어가느지 잘 모르는 것이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우리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소화불량이다. 아침일찍부터 저녁밤 늦게까지 심지어는 자고 있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것은 나의 마음에 '좋다' '지독히 싫다'와 같은 가치판단을 갖게 만들며 결국은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로 끌고 다니고야 만다.

그래서 어떤 날은 여러 잡다한 생각이 나 자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알아차리고자 하다가 이내 다시 자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제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에 있으면 좋겠다'고 혼자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말 간절한 마음이다. 겉으로는 아무일도 안 일어났는데 내 마음에 일어난 생각들과 씨름하다가 피곤하고 지치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어난 일 그대로만 알아차리고 싶은데 영 그렇게 되지를 못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그 일을 회상하면서 오히려 당시에는 미처 못 느꼈던 감정의 상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이 속이 좁아서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단지 부정적인 생각만도 아니다. 지나치게 욕망을 억눌러도 병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서 하나의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은 단지 일어났다 없어지는 물거품이 아니라 현실에서 자신을 지배하고야 만다. 밝은 생각은 밝은 일로 어두운 생각은 어두운 일로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몸을 다루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허공처럼 텅빔과 고요한 맑음 같은 의식상태가 되면 조용하면서도 환한 느낌속에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아프면서 느낀 것인데 많은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과 광고들, 드라마들은 내게 있어 볼 것이 못되었다. 몸과 마음이 심약해서 인지 아니면 맑아서 그런지 섬뜩한 장면이나 묘사들은 많은 부분 내 감정에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결국은 불안과 걱정을 증폭시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보가 없으면 낙오가 된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슬며서 언제 알아차리기도 전에 들어와 감기와도 같이 아니면 그 이상 유해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생각은 모두 끊을 줄 알아야 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각만을 가지고 사는 방식을 배워가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전까지는 누구의 이야기든지 가리지 않고 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너무 귀가 아프도록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확실하게 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좀 가리고 정리해서 들으려 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만 해 주세요" 나의 건강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왜냐하면 쓸데없이 근심과 걱정 불안 갈등 두려움 좌절들에게 '나'를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것은 전혀 사치가 아니라 나의 건강한 생존에 관한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음식도 소식이 좋다지만 생각도 소식이나 때로는 단식이 필요하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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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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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희엄마 2005-04-15 15:41:48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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