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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조직을 구하는 솔선수범 리더십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배가 너무 고파서” 후줄근해진 작업복과 부스스한 머리, 거뭇거뭇 자라 있는 턱 수염, 그리고 그 무엇보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김대리의 모습에서 짧게 깎은 머리를 무스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세우고 다니던, 평소 연예인 못지 않던 멋쟁이를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건빵 봉지를 오른 손에 든 김대리를 보는 순간 나는 마음이 울컥 했다.

2000년 11월 8일 대우자동차의 최종 부도가 발표 되었다. IMF이후 자동차 판매 대수가 반으로 줄었다.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회사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몇 달이 지나자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3,500명의 감원과 9,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절감이다. 이때부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은 시작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인원을 줄이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노사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밤낮으로 고민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때 나는 직원들을 모이게 하고 이렇게 설득했다. 

“직원 여러분, 지금 회사는 최대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회사를 살려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거대한 <대우호>는 망망 대해에서 조난을 당해 선채에 물이 들어 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 않아 침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어 일부 인원이 쪽배나 구명보트로 이동해 주셔야 합니다. 배가 수리 되면 회사는 반드시 여러분들을 다시 태울 것입니다.” 

그 후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관리직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노조는 끝까지 노조원 희망퇴직에 동의 할 수 없었고, 결국 최후 방안으로 대한민국 정리해고 법이 만들어진 이래 최대 규모인 1,750명이라는 인원의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다.

정리해고자 명단이 통보된 다음날 노조는 총 파업에 돌입했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사내에서 벌어졌다. 이런 극한 노사대립상황에서 회사가 지켜야 할 곳은 도장공장이다. 

도장공장은 화재 위험이 높고, 만약 화재라도 발생되면 복원하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본부장이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 노조원으로 구성된 200여명의 <구사대>를 이끌고, 도장공장에 들어가 사수작전을 진두지휘 했다.

밖에서는 노조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도장공장 탈환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며칠 후 식량마저 떨어지자 도장공장내에 고립된 <구사대>원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김대리가 건빵을 훔치다 나에게 발견된 것이다. 이때 나는 대원들을 한 곳에 모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여러분,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 우리는 지금 회사를 살리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 나갑니다. 3일만 더 버팁시다. 저도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후 회사가 정상화되어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함에 따라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었고, 정리해고 되었던 1,750명도 대부분 재 입사 하게 되어 회사는 살아 났고, 그때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내가 먼저 적진에 들어갈 것이고, 내가 제일 나중에 적진을 나올 것이다. 단 한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이는 2002년 개봉된 월남전을 다룬 영화, <워워 솔저스>의 주인공 무어 중령이 1965년 월남전에서 연합군 395명을 이끌고 베트콩 2000명을 대파한 전투, 출정식 연설의 한 구절이다. 이것이 위기에서 조직을 구하는 리더의 자세이다.

위기에서 리더 한 사람의 자세가 조직 전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솔선수범 리더십이 조직을 살린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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