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사 대표이사

날이 점점 더 빨리 밝아진다. 봄 추위가 있다지만 이제 점점 일찍 자연의 순서를 따라 눈이 떠지는 날들이다. 겨울 햇볕과 달리 더 밝은 빛을 느끼는 봄날이다.

 새로운 봄날들의 전개 속에서 더욱‘자신이 가장 행복해 하고 만족해 하는 삶의 진실’들을 엮어가며 살아갈 일이다. 비록 세상의 소식들은 아직 꽃 소식의 봄이 먼 것같이 느끼게 하지만 그럴수록 하루하루를 가장 밝은 진실을 채우고 옛것을 비우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봄이 되니 환기를 하고 싶고 창문을 활짝 열고 싶은 아침이다.
계절이 사람을 새로움으로 다시 세워주고 마치 다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라고 가르친다고나 할까!

눌리고 압박 받았던 긴 경험들도 훌 훌 털어버리고 신발끈을 고쳐 신고서 더 진실한 밝음으로 이동해 볼 날들이다.하루 하루의 삶이 정말 좋은지 자신에게 깊이 물어보면 답이 메아리쳐 온다.

잠시 가지고 있던 것들은 결코 자신이 아니다. 그래도 권세를 다 가진 양 하는 모습이 얼마나 한주먹으로 하늘을 쥔 모습 같은 것인지. 우리도 자연처럼 빛을 보고 자라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 봄에 꼭 그랬으면 싶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어내며 그렇게 다시 자신을 낭비하는 삶이 아니라 오직 밝음 속에 있어서 봄나무처럼 물기가 죽죽 타고 올랐으면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맘 때 부터는 나무들을 심는 시절이 다가온다. 해마다 두어 그루씩 마음을 담아 심는데 언제 부터인가 나무가 말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 좋다. 

나무를 닮았던 분이 있었다. 노학자이셨던 어른이신데 노년에 이를수록 환한 그림의 세계를 가지고 작품을 많이 하셔서 몇 번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언제나 산과 새가 있고 나무가 있고 어린이의 마음이 들어 있는 듯이 작품이 환했다. 
그림마다 그렇게 환할 수가 없어서 환상의 세계를 느끼게 하기도 하고 그냥 누가 보아도 무겁던 마음이라도 이내 밝아지지 않았을까?  

사람도 밝으면 좋고 작품도 이왕이면 밝은 모습이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한 날 한 날 곱게 사시던 그 분은 올 봄을 맞아 환한 하늘로 가셨다. 사무실에 연락을 해 자신의 짐을 좀 정리해 가지고 오라고 해서, 그분의 아랫사람은 집에서 문서 정리를 하시려나 짐작 했다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후임을 구하라고 하시고 이틀 뒤, 갑작스런 소식, 짐작 못했던 일이다.

너무나 겸손하셔서 그분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번졌던 생각이 난다.좋은 이들과의 만남은 두고 두고  향기가 되고 더 생각난다.

내 손으로 인터뷰를 하고  산자락의 촌스러운 우리 집에 와서 두어 번 묵은지 찜과 상추쌈을 잡수셨었다. 그토록 집 밥을 좋아하시고 거뜬하게 한 그릇을 비우시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밝은 칭찬을 하시던 모습에 소박한 밥상을 드리고도 큰 위로가 되었었다.

누군가 위로가 필요할 때 마음껏 위로하고 밥 한 끼 줄 수 있을 때 달게 그리고 기꺼이 밝게 대접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우리가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큰 것들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하루하루를 열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가 다 위대하다.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도록 두는 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맞는 일도 나에게는 노력해 봐도 잘 안 맞는다면 즉시 돌아서는 지혜로운 봄이 되기를 바란다. 
때로 따뜻한 봄볕을 우리는 너무 쉽게 지나치거나 느끼지 못한다면 아까운 일이다.

더 나아가 무엇으로라도 매이는 일이 있다면 밝게 풀어야 할 일이다.
착한 일일 지라도 처음에는 착한 마음으로 베푸는 일을 시작하여 칭찬을 받을 일이였지만 나중에는 이마저도 다른 사람을 얽어매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은 안된다.

무엇으로도 누군가를 지나치게 매거나 결코 어둠에 매이지 말자.
단지 밝은 진실을 한 아름 꽃처럼 안고 살다가 그렇게 꿈처럼 갈 수 있는 사람을 소망하며 살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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