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봉 대표이사(김포미래신문)

글쓰기를 하면 내가 아주 정직하게 드러난다.
얼마정도는 자신을 좀 과장하거나 감출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고는 참된 글쓰기와 지속적인 글쓰기와 삶이 될 수 없다.

때로는 자신의 허세와 우물안 개구리 같이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글을 통해 자신이 자신을 넘어선 느낌, 마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 날아가는 새처럼 자유로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자신을 객관화 하고 자신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 그것은 글쓰기가 주는 값지고도 소중한 선물이다.

돌아보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사느라고 참 무던 애를 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인생가운데 의도했던 많은 일들이 돌아보면 무모한 시도였거나 아주 작은 성공도 있었지만 성공의 조각들보다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홀로 울어야 했던 초조와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그것들이 녹아서 나오는 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누에의 고치에서 독특한 고통을 느끼며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과 같이 한줄 한줄 지어져 나오는 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생명이 있고 밥을 먹는 사람은 글쓰기가 가능한 일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가르치려는 의도가 있는 글쓰기가 아니어도 좋다.
자신을 날마다 채우고 비워야 하고 정리하는 것으로서의 글쓰기가 지속되어가는 동안 그 자신이 상쾌함과 절제됨, 완성도 높은 삶을 향해 갈 수 있다.

인생의 배테랑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인생길의 누구나의 첫 소망이고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간단한 설명만으로 되어지는 레시피가 아닌 까닭에 기존의 삶의 방식과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보고 새롭게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생명길이라 늘 조심스럽고 빙판길을 걷는 바와 같다. 이러저러한 욕망과 크고 작은 제약가운데 마치 날마다 이세상에 하나 뿐인 자신의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세상과 끊어지지 않고 연결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살아가지만 이리저리 쏠림 현상도 있고 날마다 치유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도 글쓰기가 쉽다고 말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살아오면서 하는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이 허세와 기만 무지와 망념으로 점철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모든 '잘 살고 싶은 길'에서 만나는 자신만의 좋은 친구는 보이는 사람보다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글쓰기에 접속하면 훨씬 다양한 자신을 만나고 재조합되는 시간을 만날 수도 있다.
수학과 기호의 결합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조합과 조화를 발견하고 꽃피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다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에서 다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새로운 옹달샘을 만나 물 한모금을 마시고 힘을 얻는 절묘한 시점이 발견되는 것도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을 출발하면서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이 중요하듯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호를 익힌 이후에 할 수 있는 소중한 접속과 호흡과도 같은 글쓰기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걱정하는 비용이 들지도 않고 자신이 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이어지듯 물 흐르듯 쓸 수 있는 글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전혀 새롭게 읽혀지는 사유의 숲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자신이 해체되는 것 같은 고통도 돌아보면 유익이 되었다는 흔적도 어쩌면 기록으로 남겨진 글쓰기를 통해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 좌절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쉽게 갈 일도 돌아돌아 가는 일이 수없는 그 인생의 심연을 언어를 통해 바꾸고 생각을 내보내는 일을 통해 치유와 해방을 만나는 길, 독특한 고통의 글쓰기가 주는 축복이다.

말을 할 수 있으면 글도 쓸 수 있다.
이세상에 ‘오직 한 번, 여기 지금’ 살다가 언젠가 ‘저기 저편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왔다 갔는지 남겨진 글쓰기가 말해주게 될 것이다. 삶과 사람은 가도 글쓰기는 남는다.

그렇게 영원한 소통의 길목과 마지막의 기호가 되는 것이 글쓰기이다.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날이 온다해도.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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