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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12건)
그 여자의 집 [1]
하루 내 버둥댄 세 다리에 켜켜이 쌓인 거절. 무뚝뚝한 대문을 가린 어둠은 무수히 긁힌 내 얼굴도 가린다. 뭉텅, 낡은 가방에서 튀어나온 허기가 벨을 누른다. “보험입니다.” 끌려온 목발을 보며 말없이 물을 건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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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에도 표정이 있다
소리에도 표정이 있다 민서현쨍한 소리로 건너온 옹알이 한 소절소리의 첫발을 방금 뗀말도 아닌 투레질이 내 귀를 잡는다물비늘 같은 잇몸을 드러낸 채 웃던손녀가 건내 준유리컵 하나와 종이컵 하나유리컵을 두드리니쨍,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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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바가지(수필)
박 바가지(수필) 장정희 시절을 다한 적황색 단풍이 어디쯤 제 갈 곳을 재는 늦가을 텃밭 가장자리 후미진 곳 튼실하게 영근 박 한통을 따가지고 돌아왔다. 운전은 언제나 서툴어도 남편의 출근도우미가 된 나는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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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의 언어   - 어머님 기일에
계시의 언어 -어머님 기일에 김복희 자연으로 돌아가신당신의 목소리는 에밀레종소리끊겼다 이어지고 끊겼다 이어집니다 수목장 보금자리 차지한 당신은지수화풍으로 축소된 우주그 속에서 공기로 햇빛으로별빛으로 새소리로 계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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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아
공평하지 않아 허미영 하나 틀린 짝꿍 효리가 운다왜 우느냐고공평하지 않아서자기는 5점이 떨어졌는데 수지는 10점이 올랐단다쉬는 시간마다 훌쩍훌쩍눈물 가득 담은 눈으로 친구를 쏘아본다15점이 오른 내 점수나는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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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저 끝에
꽃길, 저 끝에 이규자 꽃비를 맞으며 딸은 평생 함께할 반쪽을 따라갔다 나무가 꽃을 버리는 것은빈자리에 잎을 매다는 일 나도 오늘 품에 안은 꽃을 내려놓았다 봄이 떠나간다보내며 흘린 눈물에꽃잎은 져도무성한 이파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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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改名                
개명改名 박정인 웃을 일 없을까궁리에 궁리를 해보지만도무지 웃어지질 않는다내 성姓은 박 인데활짝 웃고 싶어서내 이름은 꽃이었으면 좋겠다그러면 나는담장을 타고 지붕에 올라서라도 기어이박꽃이 될 것이다시월 보름쯤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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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분실 박소미 퇴근길, 살바람 일으키며 탄 버스두 다리로 간신히 지탱하고서야 눈치챘다쇼퍼백을 손 갈퀴로 훑어보아도 잡히지 않는다돈 부른다며, 부자로 살아보자고 건네던 남편 프러포즈이제는 검붉게 번질거리기만 한 그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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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은 등대
엄마 같은 등대 김박정민 자식을 바라보는엄마의 마음은바다에 불을 켜는 등대와 같다 행여 길을 잃지나 않을까헤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깜박깜박얘들아 엄마 여기 있다어여 오렴 오늘도 등대는 자녀만 바라보며뜬눈에 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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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김정자 누군가의 마음에감당하기 힘든 큰 불이 났을 때한 편의 시로 서서히 잠재울 수 있는그런 시를 쓰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두꺼운 문이 굳게 잠겨 있을 때한 편의 시로 마음 문을 열 수 있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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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며 
단추를 채우며 하영이겨울을 서랍 속에 접어 넣고봄을 꺼내기 위해두꺼운 외투를 세탁했다옷을 차근차근 접어서 단추를 채우는데똑딱이 단추가 수컷을 거부한다힘껏 밀어 넣어 보았지만 마찬가지다찬찬히 살펴보니 짝을 잘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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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이야기(수필)
배추이야기(수필) 남명모 매년 8월15일은 특별한 날이다. 온 국민이 다 특별하게 여기는 날이지만 나로서는‘배추 파종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보다 빠르면 날씨가 더워 병충해가 발생하고, 늦으면 통이 차기 전에 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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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외사랑 윤옥여금쪽같은 아들 손주 발길 끊었어도그눔들 좋아하는 개떡, 굽고 휜 손가락자국처럼숭덩숭덩 동부콩 점 박힌 채반 첫 김을 올린다 아제네 누렁이 컹컹댈 때마다행여나, 목주름 큰길가로 늘어지는 모정 밤새,벌겋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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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박미림선술집 화장실에 그 짧은 낙서가슴이 서늘해졌다사랑하는 일 그것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은나만의 일이 아니었다그 어떤 이도,나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아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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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길
새들의 길 김동진 모담산 산책길을 걸으면산새들도 새의 길을 따라 걷는다새의 길은 이슬처럼 맑아 투명하다길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작은 길혼자 가는 외길이 있고여럿이 함께 가는 넓은 길도 있다새의 길은 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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